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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새들 합창이 알람이네!

 

2021년 4월 8일 

음력 辛丑年 이월 스무이렛날

 

봄농사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청명(淸明)이 지났고

열흘쯤 후면 농사비가 내린다는 뜻의 곡우(穀雨)다.

그렇게 되면 봄의 절기는 모두 지나가고 절기상으론

여름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산골의 기후는 절기와는

따로, 현실은 거의 한 계절이 늦게 시작되는 것 같다.

다른 계절은 몰라도 봄은 늦게 오고 겨울은 꽤 빨리

오고 늦게 가기에 미련 많고 질기다고 말하곤 한다.

하여간 이제 산골에도 봄이 오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기는 아직도 이르다. 거의 5월 중순이

되어야만 서리가 그치기 때문에 그동안은 이런저런

농사준비를 하게 된다. 

 

요즘 촌부는 농사준비 보다는 집주변과 단지 곳곳의

너저분한 것부터 정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예전

처럼 서두르거나 무리를 하면서까지 일을 하려고는

하지않는다. 조금씩 틈이 나는대로 쉬엄쉬엄 하려고

하다보니 진도가 늦다. 그래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많이 늦어도 괜찮다. 허나

문제는 마음을 먹은 것은 늦더라도 꼭 해야만 하고

하고야 마는 촌부 성격이다. 흔히들 하는 말로 돈도

안되는 일에 뭘 그렇게 집착을 하느냐고 할 수 있다.

촌부가 하는 일 중 거의 절반 이상은 돈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이

대부분이지만 돈이 다는 아니잖는가? 산골살이가

이렇다. 특히 단지가 넓은 촌부의 산골살이 일상은

돈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 자체를

돈으로 환산을 한다면 상당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 점점 낮이 길어지고 있어 아침 시간도 상당히

여유가 있다. 그만큼 일찍 기상을 하게 되기 때문에

촌부의 하루는 길다고 생각된다. 거의 일정한 시간,

거의 변함없는 시간에 기상하는 촌부의 오랜 습관,

이 버릇은 길게는 증조부님과 조부님부터 시작해

짧게는 작고하신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약주를 좋아하셨던 아버님은 전날밤 아무리 과하게

약주를 드셔도 다음날 아침 기상 시간은 변함없이

새벽 다섯 시 무렵이었다. 일어나시면 미숫가루를

냉수에 한잔 타서 드시고 집안 쓰레기를 치우시고

집주변 청소를 하셨다. 너무 이른 아침부터 꼼지락

거리시며 식구들 잠을 깨운다며 어머님께서는 가끔

화를 내시곤 했었다. 촌부도 아버님의 습관을 이어

받아서 그런지 기상이 빠른 아침형 인간이다. 혹시

아내의 잠을 깨울까봐 까치발로 조용히 방을 빠져

나오곤 한다. 요즘은 산새들의 합창이 알람이 되어

조금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라는 부지런함을 일컫는 뜻을 가지고 있는

서양 속담처럼 산새들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꽤나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마 남들보다 긴 하루를 가진

촌부가 아니겠는가 싶다. 이제 머잖아 아침에 하는

뒷산 산행을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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