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촉촉한 단비, 약비에 마음을 적시다!
2026년 6월 5일 금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스무날
그간 빗나가던 예보에 마음고생을 했었다.
간절히 바라고 기다린 비가 드디어 내렸다.
어젯밤에 내렸고 오늘도 내릴 것이라더니
밤사이에 일기예보가 달라졌다. 비소식이
사라져 버렸다. 어젯밤 내린 비가 전부이다.
오전까지 이어질 것이란 소식에 좋았는데...
또다시 예보가 오락가락 믿을 수 없음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21mm가 내린 비에
너무 기뻤다. 오늘까지 기대했으나 바람일
뿐이다. 그렇긴 해도 이만큼이라도 내려준
것이 고맙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였기에
어젯밤에 내려준 비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분명 촉촉한 단비, 약비였다. 산골 부부의
마음을 흡족하게 적셔주었다. 감사함이다.
오늘 아침 기온은 15도에 머문다. 어젯밤
예보대로 비가 더 내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동안 비가 내리지않아 농작물에 물주기를
해야했다. 하지만 나무와 야생초, 잡초들은
대단했다. 녹음은 짙어가고 예쁘고 아름다운
꽃은 어김없이 피는 것이었다. 자연은 참으로,
정말 오묘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골집 앞마당에 자리하는 산목련 나무에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함박꽃이 하얗게 피었다.
노랑꽃창포, 독일붓꽃, 초롱꽃도 참 예쁘다.
이렇게 온갖 꽃을 감상하며 함께하는 남다른
일상이 즐겁고 기쁘고 좋다.
요즘 촌부의 일상은 잡초와 한바탕 싸움으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소일하고 있다. 다들
왜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고생을 하느냐고
한다. 그냥 제초제 확~ 쳐버리면 간단한 것을
왜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고...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름 긴 세월 이어온 소신이라서
그런 것이다. 내 밭엔 제초제를 비롯한 농약은
살포하지 않고 농사짓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농약을 살포해도 잔류물이 남지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머잖아 촌부도 힘이 들어 그럴
수도 있지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래서 나흘째 호미를 들고 밭에
쪼그리고 앉아 호미로 잡초를 캐내고 뽑아낸다.
100여평 긴 밭에 8개 밭고랑이 있는데 그 중
6개 밭고랑의 잡초를 정리했고 2개가 남았다.
서두르지는 않는다. 가능한 뙤약볕에서 일하지
않고 피하여 아침과 저녁에 쉬엄쉬엄 했었고
남은 것도 그럴 예정이다.
어제도 그랬다. 아침나절에 날씨가 흐린 듯하여
호미를 들고 나갔는데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나와
아내가 걱정을 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람이
살랑거려서 그런대로 할만했다. 밭가에 늘어진
산뽕나무 가지에서 달콤한 오디 따먹으며 땀을
식히기도 했으며, 아내의 정성과 배려라고 할 수
있는 손수 만든 시원한 수박주스로 목을 축이며
쉬엄쉬엄 하다보니 한 고랑의 잡초를 정리할 수
있었다. 비가 내리기전에 모두 해치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그것은 욕심일뿐이다.
아내가 학교에 나가면서 "상추 좀 뜯어놓으셔!"
라고 했다. 전날 막내네 조금 뜯어서 보낸 것이
첫수확이긴 하지만 우리가 먹는 것은 처음이다.
조그마한 소쿠리에 한가득 뜯어와 깨끗이 씻어
주방에 두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상추 뜯어놨나?"라고 하여 "아차! 잊어삣네!"
농담삼아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이런, 그사이
그걸 깜빡했다고? 치매검사 받아봐야겠구만!"
라고 하더니 집에 들어가자마자 껄껄 웃었다.
주방에 놓인 상추를 발견하고 속았다는 듯이...
보리밥에 상추쌈은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이라서
한 쌈 싸서 한볼테기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뱃속은 파랗고 방귀 뿡뿡해도 괜찮은 초여름날
그럴 듯한 산골밥상이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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