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소소한 일, 쏠쏠한 재미
2026년 5월 22일 금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초엿샛날
이른 아침은 다소 쌀쌀한 느낌이 든다.
기온이 또 한 자릿수 9도로 떨어져 그런가?
분명 단비 내린 뒤라서 그런 것이겠지 싶다.
어제는 실내도 눅눅하고 서늘한 느낌이라서
잠시 난롯불을 지폈다. 다른 고장 사람들이
보면 5월 하순에 무슨 난롯불을 지피냐고들
할 것이다. 보일러를 돌리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실내가 뎁혀져서 이내 뽀송뽀송하고
연료비도 덜 드는 것이다. 느낌도 좋고...
70mm 가까이 내린 비에 시냇물이 꽤 불어
흐르는 소리가 경쾌하다. 이런 자연의 소리를
집에서 들을 수가 있음은 산골살이 특혜이다.
아직 산골에 피는 꽃은 봄꽃이다. 삼지구엽초
사이에 두어 그루의 금낭화가 예쁘게 피었다.
지각이다. 오묘한 삼지구엽초 꽃은 이미 졌다.
그래도 예쁜 하트형의 삼지구엽초 잎과 함께
빨간 금낭화 꽃이 도드라져 더 예쁘게 보인다.
현관 입구 꽃밭에 왕고들빼기 씨앗이 떨어져
엄청 많은 새싹이 돋아나 어느새 기다린 잎이
자라 다른 꽃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보여
망설였다. 어차피 다 같은 야생초이고 나물로
먹기도 하는 것이라서 그냥 놔둘까, 뽑아낼까
잠시 오락가락을 했으나 제거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잎이 기다랗고 자라면 키가 꽤 크다.
그러다보니 연약한 꽃양귀비, 수레국화와 같은
화초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 같아 모두
캐냈다. 다행히 올해 처음 나온 1년생이 거의
대부분이라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하며 캐내
작은밭 한 켠에 자리를 만들어 옮겨심어 놓았다.
이곳 마을분들은 토끼풀이라 하고 왕고들빼기
잎은 상추보다 더 좋은 쌈채소라고 하여 하절기
삼겹살을 구우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야생초다.
왕고들빼기를 정리하다보니 그새 잔대, 둥굴레,
삼지구엽초가 무성하게 자라 집으로 드나드는
통행에 불편을 초래할 것 같아 지지대를 세우고
질긴 가느다란 끈을 지지대 사이에 묶어 줄기와
잎파리가 길로 삐져나오는 것을 방지해 놓았다.
지재대와 가는 끈은 유인줄이 되어 더덕 덩굴이
타고 오르게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게 된다.
한여름 8월 초순이면 지지대와 유인줄 군데군데
종이 매달린 듯한 예쁜 더덕꽃을 보게 될 것이다.
촌부네 곳곳에 지지대 보이는 데는 모두 더덕이
자라는 위치 표시다. 이거 공개하면 안되는데...
들어오는 길에 팥배나무 꽃잎, 꽃술이 엄청 많이
떨어져 있고 너저분하여 빗자루 깨끗이 쓸었다.
그냥 놔두면 신발에 묻어 현관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라서 아내가 수시로 현관 청소를 하느라
애쓰는 걸 미연에 방지하려는 촌부의 배려랄까?
팥배나무 주변에서 소소한 일을 하다보니 박새
두 마리가 나무가지에 매달아 둔 새집으로 연신
들락거리는 것을 보았다. 먼발치에서 살펴봤다.
암컷인지 수컷인지는 모르지만 한 마리가 입에
먹이인 듯한 것을 물고 들어갔다 나오면 그새 또
한 마리가 다가와 주변을 살핀 다음 들어갔다가
나온다. 해마다 이런 광경을 수차례 보곤 하지만
한번도 사진을 제대로 찍어보지는 못했다. 헌데
어제는 용케 사진 한 컷을 찍을 수 있었다. 박새
한 마리가 벌레를 물고와 새집앞의 나뭇가지에
앉아서 사주 경계 하느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순간, 셔터를 눌러 사진 한 장 겨우 건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움직이는 새를 찍는 건 참 어렵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일다운 일은 없고 한 일이 다
소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다운 일을
했을 때와 다름이 없는 꽤 쏠쏠한 재미를 느꼈다.
큰 일은 한 가지 느낌이지만 소소한 일은 갖가지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가 있어 좋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