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다는데...
2026년 5월 20일 수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초나흗날
가뭄 끝에 비소식 있어 반가운 아침을 맞는다.
봄가뭄이 어찌나 극심한지 바람이 불면 먼지가
풀풀 날린다. 그뿐만이 아니라 송화가루 때문에
노란 먼지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리는 요즘이다.
꽃가루 알러지있는 사람은 곤욕스러울 듯하다.
이번 비가 가뭄을 해소할 만큼 내리기는 할까?
예보상으론 이틀동안 꽤 많은 비가 내릴거라고
하는데 꼭 그렇게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비소식이 있어 그런지 잔뜩 흐린 하늘이고 기온
또한 여느날보다는 높은 13도이다.
드디어 어제부로 밭에서 기를 농작물과 화초는
모두 다 심었다. 늦게 심는 들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준비한 모종을 심고 씨앗 파종도 마무리
했다. 이제 밭은 자그마한 크기의 모종을 심어
채웠다. 아침, 저녁 하루 두 번씩 물주기를 한다.
가뭄이고 때이른 한낮의 뜨거운 햇볕에 제대로
활착이 될까 걱정을 많이 했으나 물주기 덕분에
하나도 손상됨이 없어 다행이다.
어제는 식물원에 나가지 않고 집일 하는 날이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주기 마친
다음 메리골드를 길가의 너저분한 것들을 정리
하고 두 줄로 심었다. 밭가에 심은 분꽃, 키작은
해바라기와 이어지는 꽃길을 만들 생각이었다.
자라서 꽃이 피면 집으로 올라오는 길은 꽃길이
될 것 같다. 심고 조금 남은 메리골드와 한 판의
백일홍 모종은 앞마당에 마련한 곳에다 심었다.
뭐 그다지 큰 일은 아니지만 아내가 심고 촌부는
포트에서 모종을 뽑아주는 역할 분담이라 할까,
환상의 호흡을 이루었다고나 할까? 우리 나이에
뭐든 부부가 함께하는 것은 좋은 것 아니겠는가?
화초를 심는 것은 기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
꽃을 보는 즐거움, 꽃이 주는 좋은 느낌,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겠지 싶다. 때로는 농사를 짓는
것이 주된 일인지, 꽃을 기르는 것이 주된 일인지
분간을 못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부부는 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엊그제 진부 장골목을 지나오다가 미나리 모종을
발견, 다섯 그루를 냉큼 샀다. 언제부턴가 미나리
모종을 구해 길러봐야지 했었다. 마을 사람들은
개울가에 서식하는 걸 캐다 심으면 된다고 했지만
하도 비슷한 모양새의 야생초가 많아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종묘상에도 없고, 지금같은 시기
오일장에 나오는 모종상에서도 찾을 수 없었는데
그걸 발견하여 무척이나 반가웠다. 앞마당 한쪽
모퉁이에 심어놓았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서
개울가에 심으면 좋겠지만 장마철에 떠내려갈 것
같아 마당 한 켠에 심은 것이다. 물미나리가 아닌
돌미나리라서 괜찮긴 할 것이다. 미나리는 촌부가
좋아하는 채소이지만 아내는 특유의 향이 싫다며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조금만 심었다.
미나리는 수시로 잘라먹으면 계속 자라는 채소라
앞으로는 먹고싶을 땐 아무때나 먹게 될 것이다.
아내가 학교에 일을 나간 오후, 혼자 콩을 심었다.
긴 이랑의 큰밭에 한 이랑을 호랑이 무늬 줄콩과
완두콩 씨앗을 나눠 파종을 했다. 아내가 그랬다.
"줄콩은 어머님 생전에 남겨주시고 가신 것인데
계속 명맥을 이어가며 어머님 추억해야 하는 것
아니겠소? 그리고 완두콩은 꼭 길러먹고 싶었어!
완두콩은 어릴적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이 스려있는 콩이거든!" 아내가 좋다는 것이면
뭐든 심는다. 있는 밭이고 누구의 부탁인데 감히
뜻을 거역하겠는가? 씨앗 파종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씨앗 세 알씩을 한 구멍에 넣고 살짝
흙을 덮어주면 된다. 파종 후에 비가 내려 제대로
발아가 될 것이고 나름 정성을 들였으니 잘 자라
아내의 흐뭇한 미소를 보게 될 것이라 믿는다.
아내는 본인은 먹지않거나 즐겨하지 않는 음식도
촌부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요리하는 것을 서슴치
않고 마다하지 않고 만들어 준다. 어제도 그랬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을 하러 읍내 면사무소에
다녀오는 길에 농협마트에 들렸다. 아침나절이라
그런지 멍게가 싱싱해 보였다. 한참 망설이고 있는
촌부에게 아내가 "어서 카트에 담으셔!"라고 했다.
저녁에 갖가지 채소를 넣고 멍게비빔밥을 해주어
맛있게 잘 먹었다. 정작 본인은 먹지도 않으면서도
남편을 위해 해주는 그 성의와 배려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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