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마트에 가면 없는 것이 없는 세상이다.
바꿔 말하면 돈만있으면 무엇이든 구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하지만 오늘같은 날이면 이 말보다 다른 말로 표현하고 싶다.
느리게 드디게 때를 기다리는 여유로운 마음이라고나 할까?
각설하고 오늘이 말날(음력삼월열사흘날)이라 정월에 담근 장을
된장과 간장으로 분리하는 일을 하였다.
지난 20년이 넘게 줄곧 고집해 오는 아내의 우리전통이어가기중
하나인 커다란(?) 일이다.
정월장이 맛있다고 꼭 말날을 택하여 장을 담그고 또한 약45일이
될 즈음 또 말날을 택하여 간장과 된장을 분리한다.
이 두가지를 우리는 된장뜨기, 간장달이기라고 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이른 아침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일을 하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조수역활을 해야하는 나또한 마음이 바빠지는 것이다.
남들이 보거나 생각할때 이런 우리부부를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뭘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마트에 가면 다 있는데...
하지만 아내의 생각이나 나의 마음은 다르다.
우리의 전통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그저 하는 이야기이고 우리먹거리를
스스로 자연의 위치에 따라 장만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이며,
또한 내가족이나 친지에게 안심먹거리를 스스로 만들어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내가 추측하는 아내의 생각...
장독에서 된장이 될 잘 익은 메주를 가만히 건져서 치데는 작업은
장난이 아니다. 손가락이며 손목이 욱신거릴 정도...
이렇게 치데기를 한 된장은 장독에 담아 다시 숙성을 시킨다.
아내는 지금껏 된장이나 간장은 약2~3년후에나 개봉을 한다.
그러니 오늘 치데기를 한 된장은 2~3년후에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간장달이기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가마솥을 준비못하여 커다란 들통에다 간장을 담아 끓이기를
시작하여 거의 하루종일 달인다. 수시로 위에 뜬 불순물(?)을 거둬내느라
들락거린다. 이렇게 달인 간장도 2~3년동안 다시 숙성을 시키는 것이다.
어둠이 질무렵 다 끝나고 나서 정리하고 나더니
"아이고~ 힘들다! 그래도 하고나니 마음은 가볍네! ㅎㅎ" 하며 웃는 아내의
모습이 천진난만한 어린소녀같음에 나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밤에 자면서 끙끙 앓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힘들면서도 해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아내의 정성이랄까 고집이랄까 아무튼 그 갸륵한 마음에
찬사의 박수를 마음속으로 보냈다.
2010년 4년 26일 (음력 삼월 열사흘날, 말날) 촌부의 일기...
아니 이게
이게 무슨 내음새?
된장 내음새
눈에 삼삼 고향에 맛, 코에 삼삼 고향에 맛
된장국 먹고 싶어라.
어머니의 주름진 손으로 만든 구수한 된장 맛이여.
밟고 으깨어 끈적한 점액질로
서로 엉켜 붙어
내가 넌지 너가 낸지 그래 살아 왔구나.
나 아프면 너 아프고 그래 살아 왔구나.
그 해 겨울 이 몸은 건너방 구들목에
퀴퀴한 내음새 풍기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네.
지지리 못생긴 메주덩이였네.
그러나 이제 묵은 세월 속에
질그릇에 담겨
참고 참아 익고 익어 삭고 삭아 또 삭아
모든 진통 이겨내고 모든 아픔 견뎌내어
우리네 밥상위에 없어서는 안 될 친구
구수한 내음새 추억의 맛으로
오늘도 못 잊어 또 너를 찾는구나.
여름날 보리밥에 상추쌈 된장이요.
된장같은 우리 세상, 살 맛 나는 우리 세상.
된장, 우리들의 된장, 최고의 맛 된장
먹고 싶어라.
된장이 최고야 허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