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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 부부의 모종심기 


2026년 5월 17일 일요일

음력 丙午年 사월 초하룻날


이제 더 이상의 서리는 없겠지?

어제 한낮은 봄이 아닌 여름날 같은 날씨였다.

28도까지 올라가 한낮엔 일을 못할 정도라서

두어 시간 쉬어야만 했다. 때이른 뙤약볕에서

조차 굳이 해야할 일은 아니라서 건강을 위해

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우려나? 아침 기온은 영상 8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생화는 참 예쁘게 잘 핀다.

바쁜 외중에도 불구하고 야생초, 야생화 관찰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의 산골살이에서

허투루할 수가 없는 하나의 일상이라고 할까?

모든 야생화를 다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긴 해도

그 중에 특별한 꽃이 있다. 희귀종이며 멸종위기

식물이기도 하고 번식이 참 어려운 개불알꽃이

그렇고 또한 경험상 우리 토종인데 한곳에 모아

기르는 것이 정말 어려운 흰민들레가 꽃을 피워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독대 앞쪽에 자리를 잡아

주었음에도 홀씨가 제멋대로 날아가 사방에서

자라난다. 홀씨 채취 시기를 놓쳐 그렇겠지만...


선선한 이른 아침에 채소모종을 심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저녁무렵에 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대신 꽃모종을 심기로 했다. 우리집엔 야생화가

대부분이지만 일반적인 화초도 심어서 기른다.

올해는 키작은 해바라기, 분꽃, 한련화, 백일홍,

메리골드를 심으려고 모종을 구했다. 한련화는

씨앗으로 모종을 기른 것이다. 그 중 세 종류는

먼저 심었다. 밭가에는 해바라기, 분꽃을 심었고

한련화는 미리 마련해놓은 마당 꽃밭에 심었다.


오전 내내, 늦은 오후 잠시 이서방 일을 도왔다.

지난번에 이어 펜션 데크 두 번째 재시공을 하고

있어 손을 보탠 것이다. 오랜 세월 몇 번의 데크

공사를 해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동서 이서방은

목공예 전문가이기에 의견 보다는 손을 보태는 

정도로 돕는다. 드릴로 피스를 박거나 수평잡는

것이나 방부목 자를 때 돕는 등의 보조역할이다.

오랜 세월 호흡을 맞췄기에 손발이 척척 맞는다.

또 하나의 데크 재시공을 마무리했다.


꽤나 뜨겁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 저녁무렵에

아내와 함께 밭에 나가 채소모종을 심었다. 사다

놓은 모종을 모두 심었고 고구마와 들깨는 다음

장에 나가 모종을 구해다 심을 예정이다. 올해는

양을 대폭 줄인 대신 심는 모종의 간격을 넓직히

잡았다. 있는 밭을 놀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먼저 촌부가 적당한 간격을 잡아 이랑에 구멍을

뚫어놓은 후 구멍에 물을 듬뿍 준다. 그런 다음에

심을 모종을 모종판에서 뽑아 구멍에 넣어놓으면

아내가 모종삽으로 정성을 다해 모종을 심는다.


그렇게 모종심기가 끝나면 촌부가 호스를 이용해

물을 듬뿍 준다. 텃밭농사 환상의 복식조 일하는

순서이다. 아내가 모종을 심으며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하늘이

돕고 땅이 도와야겠지만 우리도 정성을 다할게!"

비록 텃밭농사이기는 하지만 적잖은 농사이기에

우리도 어엿한 농부이다. 그러니 아내가 혼자서

중얼거렸던 그 말은 분명 농심(農心)인 것이다.

이제부터는 아침이나 낮이나 저녁이나 우리들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큰밭에는 5월 첫날 옥수수 씨앗을 파종하여 지금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너무나 신기하여 보고 또

보며 지나다닌다. 발아가 안된 구멍에는 씨앗으로

모종을 부어놓은 것으로 땜빵을 하면 될 것이다.

작은밭 1에는 연작을 하지않고 돌려심기를 했다.

오이, 노각, 일반고추, 청양고추, 꽈리고추, 롱그린,

가지, 브로콜리, 양배추, 상추를 심었다. 한 이랑이

남았다. 여기는 들깨를 심으려고 비워놓은 것이다.

작은밭 2에는 방울토마토를 색깔별 세 종류 심고

애호박, 맷돌호박, 올해 처음 사과참외를 심었다.

남아있는 두 이랑에는 고구마를 심을 예정이다.

여느해 보다는 종류도 줄었지만 양도 꽤 줄었다.


그런데 엊그제 모종을 사러 나갔을 때 읍내 종묘상

사장님께서 식구가 몇이냐고 물어, 우리 둘이라고

했더니 이렇게 많이 심어 누가 다 먹느냐고 했다.

대부분 나눔을 하고 우리 둘이 먹는 것은 10%쯤

된다고 했더니 우리 부부에게 "요즘같은 세상에

참 멋지십니다."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비록 양을

많이 줄이긴 했지만 올해도 나눔을 통해 텃밭농사

보람을 느끼게 되지않을까 싶다.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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