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좋은 쪽으로 생각하자구요!
4월 21일, 음력 庚子年 삼월 스무아흐렛날
어제부터 열흘간 쉬는 날이고
느닷없이 생긴 집안일로 바빠서
종일 서서 종종거렸더니 꽤 피곤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듯이
모처럼 늦잠을 즐기려고 작심을 하였다.
그런데 저놈의 산새들이 그냥 두질 않는다.
잠결에 어찌나 산새들 지저귐 소리가 요란한지
부시시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온갖 산새들이 아침을 깨우느라 바쁜 듯했다.
늦잠도 마음대로 못자는 산골이다.
어슬렁어슬렁 아랫층으로 내려와 밖에 나갔다.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강풍주의보가 내렸다더니 바람도 엄청 거세게 분다.
돌아서는데 후두둑거리는 소리가 들려 뭔가 했더니
난데없이 싸락눈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
뒤늦게 당도한 산골의 봄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한창 곱디곱고 멋지게 피는 진달래꽃을 시샘하는
끈질긴 겨울 끝자락의 얄궂은 심술의 모습이었다.
잠시 잠깐인데 추위로 온몸에 오싹함이 느껴졌다.
부랴부랴 집안으로 들어와 난롯불을 지폈다.
이 봄날에 따뜻한 난롯불 열기가 좋으니 이게 뭔가?
넉넉하게 난로에 넣은 잘 마른 장작이 참 잘 탄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까지도 정겹게 들린다.
훈훈함에 온몸이 가뿐해지는 느낌이라서 좋다.
어제의 힘들었던 피로도 사르르 사라지는 것 같다.
건축한지 20년이 되어가니 집이 말썽을 부린다.
집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면 문제가 생기는 법,
아무래도 어쩔 도리가 없어 업자를 불러야만 했다.
그렇잖아도 무급휴가로 경제적 손실이 생기는데
집까지 돈을 달라고 하니 이래저래 어처구니 없다.
어제 아침나절 느닷없이 하수구가 말썽을 부렸다.
하수관에 동맥경화가 생겨 큰 공사가 되어버렸다.
주방쪽의 가재도구를 몽땅 끄집어 내야만 했다.
마치 이삿짐을 꺼내놓은 것처럼 엄청 어수선했다.
다행히 원인을 찾아서 시원하게 뻥 뚫리기는 했다.
문제는 뒷마무리 하느라 오후 시간을 몽땅 허비했다.
꺼내놓은 가재도구를 정리하느라 땀을 흘린 것이다.
기왕 꺼내놓았으니 새롭게 배치를 해보기로 했다.
아내가 편리한 방향으로 배치를 하고나니 뿌듯하다.
덕분에 봄맞이 대청소까지 했으니 그걸로 대신했다.
비록 생각 못한데 큰돈이 들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설비업자도 먹고 살고 우리는 불편을 해소하였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라고 생각하기로 하니 맘 편하다.
사람 사는 것이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이 세상살이니까
안좋은 생각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아내의 말,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구요!"
참 긍정적이다.
너무 고맙고 좋다.
"우리 이렇게 사세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