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시절이 하 수상하니...
4월 18일, 음력 庚子年 삼월 스무엿샛날
어제는 종일 종류도 다양한 봄비가 오락가락 하였다.
아침나절에 보슬비로 시작하더니 가랑비로 변하였고
낮에는 마치 여름날에 내리는 비처럼 거센 비를 잠시
퍼붓더니 저녁무렵까지 이슬비가 소리없이 내렸다.
오늘 아침은 잔뜩 흐린 하늘에 안개인지 운무인지는
모르지만 먼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에 영상 3도이다.
이번에 내린 비로 인하여 산골의 봄은 더 한층 가속이
붙을 것 같다. 여느 고장에 비해 늦게 오는 봄이기는
하지만 봄이 시작되었다 하면 진행되는 속도는 눈에
보일 정도로 무척이나 빠르게 전개된다. 늦게 온 만큼
지각을 만회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산골의
봄은 늦은 만큼 너무 빠르게 가고 짧은 것이라서 촌부
마음도 따라서 바쁘다.
마음이 바쁘다고 모든 것이 생각하는 대로 해결되지
않는 곳이 바로 이 산골인 것이다. 분명히 봄이 오긴
했지만 산골의 기후는 너무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기후여건에 자연스레 잘 적응하는 야생초들은 상관이
없으나 정작 우리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심게 되는
농작물은 아직 심는 시기가 이르다. 특히 채소 위주의
텃밭농사를 짓는 촌부네는 더욱 더 그렇다. 거의 5월
중순쯤에나 밭에 모종을 심게 되니까 말이다. 올해는
지나간 겨울이 따뜻하여 봄이 빨리 오는 것이 아닐까
기대를 하였으나 그저 촌부의 바람일 뿐이었다. 아직
서리가 멈추지 않았고 영하의 기온도 사라지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다. 20년째 이곳에 살고 있지만 정말
특이한 기후조건을 가진 고장이다.
겨우내 텅 비었던 밭들은 이제 서서히 밭갈이를 하여
멀칭비닐이 씌워져 간다. 농사준비 첫 단계인 것이다.
지금 심는 것은 주로 감자와 옥수수 파종이다. 우리는
멧돼지 때문에 심을 수가 없는 농작물이기는 하지만
마을은 지역 여건상 주로 이 두 가지를 많이 심는다.
모종으로 심는 다른 농작물은 하우스 안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해마다 거의 비슷한 것을
심고 있지만 올해는 어떤 종류를, 어떻게, 얼마나 심을
것인가 미리 구상을 해봐야겠다.
내리는 이슬비를 맞으며 단지를 걸어다니며 여기저기
봄을 찾아 기웃거려 보았다. 둘째네 집앞에 진달래가
제법 많이 피어 빗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
머잖아 단지에는 진달래가 만개할 것 같다. 지금부터
봄꽃의 향연이 연달아 이어질 것이다. 야생화도 이미
예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처녀치마, 현호색, 바람꽃,
괭이눈... 다른 야생초들은 새싹이 트는 녀석부터 이미
잎이 꽤 자란 녀석까지 제각기 나름의 특징과 특성을
가지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이렇게 봄을
장식하려는 새생명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여느 해와는
사뭇다른 것 같아 혼자 중얼거려 보았다.
이화춘풍(梨花春風) 예쁜 계절이요,
청풍명월(淸風明月) 좋은 계절이라
유유자적( 悠悠自適)하면 좋으련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웬 말인가?
하 수상(殊常)한 시절이 답답하구나!
이봐라, 코로나19야! 어서 물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