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산골 아낙의 된장 담그기
4월 10일, 음력 庚子年 삼월 열여드렛날
어제는 말날(壬午)이라 하여 길일(吉日)이라고 했다.
음력 정월에 담근 장을 간장과 된장으로 분리하는 일,
'장 가르기'를 한 다음에 된장 담그는 일을 하였단다.
아내는 이미 된장을 담글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 엎어
준비했다. 항아리가 깨끗해야 된장 맛이 변하지 않고
좋다고... 30년 넘게 된장을 담가왔지만 늘 변함없는
것은 정성스런 마음이 아닌가 싶다. 요즘같은 편리한
시대에 우리 고유의 풍습인 장류(간장, 된장, 고추장)
담그기를 하는 아내의 고집스럽고 정성스런 마음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장류를 담그는
날도 꼭 말날을 고집하며 택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왜 그런지를 짐작하게 된다. 단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내 또래의 주부가 집에서 장류를 담그는 것은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옛날과 달리 요즘은 아주
편리하게 다양한 종류의 간장, 된장, 고추장을 구입해
먹는 시대라서 그럴 것이다. 작고하신 어머니로부터
전수를 받은 것이라기 보다 이미 신혼 초기부터 장을
담그는 것을 배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촌부의
입맛은 아내가 온갖 정성을 다해 담근 집간장, 집된장,
집고추장에 길들여져 있어 그런지 어지간한 것으로는
아내가 담근 것에 비교가 안된다. 정말 맛있다.
지난 2월 21일(음력 정월 스무여드렛날) 말날에 장을
담가 49일째 되는 말날인 어제 1차 발효과정을 거친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는 일, 장 가르기를 한 것이다.
장독에 그대로 더 익도록 둔 간장은 다음에 달이기로
하고, 분리한 된장에 고추씨 가루를 비롯한 몇 가지를
첨가하여 잘 치댄 다음에 미리 준비한 항아리에 담아
약2~3년 가까이 2차 발효과정을 거치게 된다. 장은
오래 묵을수록 맛이 좋다고 하는 그 말을 실천한다고
할까? 이 된장 맛은 이웃 마을에서 기른 국산콩으로
쑨 좋은 메주와 청정지역 산골의 지하150m 암반수,
맑고 깨끗한 공기와 따뜻한 햇볕, 산골 아낙의 정성과
따스한 손길의 합작품이라서 맛이 안좋을 수가 없다.
생각이 난 김에 오늘 저녁에는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보글보글 구수하게 끓인 된장찌개를 해달라고
할까, 아니면 멸치 다시국물에 된장을 풀고 잘 말려둔
시래기를 듬뿍 넣고 팔팔 끓인 뜨끈뜨끈한 시락국을
해달라고 할까? 현명한 아내의 판단에 맞기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