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더니...
3월 28일, 음력 庚子年 삼월 초닷샛날
3월도 어느새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다. 더불어 꽤나
질긴 산골의 겨울도 이제는 막바지에 이르런 듯하다.
여느해 겨울과는 사뭇다른 모습이었지만 사계절 중
가장 천덕꾸러기라고 여기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반대로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계절이 봄이다. 촌부의
편견이랄까, 편애라고 할까?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은
'어서 가라, 어서 오라'라고 하지 않는데 유독 겨울과
봄은 싫고 좋은 티를 너무나 극명하게 내비치게 된다.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라고 했던가? 질긴 겨울이
얼마나 싫었으면 봄을 그렇게 몹시 애타게 기다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조바심 내지않아도 봄은 오는데...
어제는 하루종일 오락가락 비가 내렸다. 비가 내려도
기온이 높아서 따뜻했다. 봄을 재촉하는 비라고 하기
보다는 봄을 데리고 온 비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겨울 막바지라는 말도 이젠 어색하다.
아무래도 기후변화가 여느해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봄이 빠른 느낌이 든다. 겨울이 짧아지는 것은 좋은데
뭔가 모르게 어색한 듯하다. 참으로 엉뚱한 촌부이다.
봄이 오는 것을 그렇게나 기다렸다면서...
하여간 그렇다손 치고, 군데군데 봄 모습이 눈에 띈다.
높은 기온에다 하루종일 내린 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불과 하루 사이에 많이 달라져 여기저기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부쩍 자라난 모습이 너무나 정겹고 반갑다.
이래서 촌부는 봄을 그렇게 기다린 것이었구나 싶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 했던가? 역시 이번에 내린
비는 단비가 분명한 것 같다. 봄비가 내린 뒤에 가장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은 바로 명이나물(산마늘)이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눈속에서 언 땅을 헤집고 나오며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 녀석들이다. 냉이도 마찬가지이지만 산골집
밭에는 명이나물이 선두주자라고 할 수가 있다. 또한
달래도 그에 못지않게 빠르다. 엊그제 실낱처럼 아주
가느다랗게 보이더니 제법 많이 자랐다. 그 뿐인가?
민들레는 어떻고... 지금부터 여름까지 좋은 식재료가
되는 것이 바로 민들레이다. 연한 잎을 따서 겉절이를
하면 쌉싸름한 것이 입맛을 돋우는 좋은 나물이 된다.
또 있다. 장모님댁 뒤켠 머위밭에는 예쁜 머위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어머님 생각이 나는 머위인데...
아마도 내일이면 산골아낙이 냉이를 캐고 민들레잎을
따러 손에는 호미를 들고 바구니 옆에 끼고 온 사방을
누비고 다니지 않을까 싶다. 그 모습을 생각만 해봐도
즐겁다. 봄나물 밥상 생각에 벌써 입맛이 다셔진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전까지는 이랬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런이런, 내 이럴줄 알았다.
심술궂은 겨울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 있는게 아닌가?
지붕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서 촌부를 비웃고
기온은 영하 2도까지 떨어져 촌부를 조롱하고 있다.
봄같은 소리를 하지말라는 듯이... 이래서 이 촌부가
질긴 겨울이라고 싫어하는 것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날씨예보에 의하며 짖궂은 겨울은 며칠 더
머무를 것이라고 한다. 쉽사리 물러갈 산골의 겨울이
아닐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