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봄이 오긴 오더라!
3월 23일, 음력 庚子年 이월 스무아흐렛날
봄!
春!
Spring!
요며칠 사이 이른 아침이면
지지배배 산새들의 지저귐이 잠을 깨운다.
하루를 빨리 시작하라며 재촉한다고나 할까?
부시시 덜 깬 잠을 뒤로하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밭으로 나가본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텅빈 밭이지만 참 정겹다.
겨우내 꽁꽁 얼었다가
시도때도 없이 부슬거린 봄비에 촉촉하다.
아직 밑은 얼어있고 물빠짐 덜 되어 질척거린다.
그래도 좋다, 너무 좋다.
흙색깔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겨우내 맡아보지 못했던 흙내음이 너무나 좋다.
어슬렁어슬렁 발걸음을 옮겨본다.
기웃기웃, 머뭇머뭇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무엇 하나라도 놓칠세라 작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봄은 찾아 싸돌아 다녔더니
드디어 찾았다! 보람 있었네, 보람이 있었어...
여기에도 봄이 오고 저기에도 봄은 오고 있었구나!
자작나무밑 명이나물이 보인다.
언 땅을 헤집고 나오느라 고생했네.
첫 번째 봄의 전령사에게 반갑다고 미소를 보냈다.
저만치 숲가의 작은 밭에는
몇 해전에 심어놓은 달래도 예쁘게 고개 내민다.
두 번째 봄의 알림이에게 고맙다고 웃음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며 문득 떠오른 생각,
세월은 빠르다고 투덜투덜거리면서
겨울은 빨리 가라하고 봄은 어서오라고 하는
이런 이중적인 촌부의 마음은 무엇이더냐 말이다.
하여간
봄은 오긴 오더라!
봄이 오지않을 듯한 산골에도...
그런데 오늘 아침은
다가오던 봄이 기겁하고 식겁하는 모습이다.
저만치 가던 질긴 겨울이 되돌아와 봄을 시샘한다.
영하 4도 기온에 하얗게 서리까지 내려앉았으니...
겨울은 참으로 질기고,
봄은 너무 힘들게 오는 산골이다.
이런 걸 두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은 왔는데 봄이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