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돼지 잡는 날
3월 17일, 음력 庚子年 이월 스무사흗날
지난 3월 8일부터 시작한 9일간 무급휴가는 어제로
끝났다. 시작할 때는 무얼 하며 어떻게 지낼까 걱정을
했는데 부질없고 쓰잘데 없는 기우(杞憂)였던 것이다.
시간은 흐르게 마련이고, 날짜는 지나가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을 미리 앞서가며 걱정을 왜 했을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을...
다가오지도 않은 우리 앞날을 미리 대비는 할지언정
미리부터 걱정하지는 말아야겠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나브로 이런저런 일을 제법 많이 했다. 나름 보람도
느꼈으니 그런대로 9일간의 휴가는 잘 지낸 것 같다.
오늘부터는 아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이슬비가 내린다. 예보에는 낮부터 눈과 비가
섞여 내릴 것이라고 했는데 조금 일찍 내리는가 보다.
기온은 아직 영하 1도에 머물고 있다. 출근을 하려면
서둘러야겠다.
어제는,
아침에 일어났더니 하얗게 눈이 내려있어 이런 글을
써보았다. 이 촌부만이 바라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이렇게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늘이시여!
여느해 같으면
이곳저곳 남도에서는
꽃소식이 전해져야 할 때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하얀 세상을 만드십니까?
지금 저기 저 대구, 경북은
물론이고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청, 전라, 부산, 경남, 제주까지
몹쓸 바이러스 코로나19 창궐로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시는지요?
하루라도 빨리
이 고통의 시절
이 아픔의 터널을 벗어나
활짝 핀 꽃을 보고 꽃내음 맡으며
환한 함박웃음을 웃게 해주소서!
오늘의 이 하얀 눈이
모든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덮어주시려는 뜻이라고 하면
기껏이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부디 그런 뜻이기를 바라겠나이다.
하늘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이 몹쓸 바이러스 코로나19를
견디고 이기고 물리칠 수 있는
그런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시옵소서!
-3월 중순의 눈이 내린 날, 산골 촌부 이용식-
휴가 마지막날,
어제는 돼지 잡는 날이었다. 무슨 돼지를 잡느냐고?
촌부네가 돼지를 잡은 사연을 대충 설명을 하자면...
며칠전 원주에 갔을 때 아내가 마트에서 돼지저금통
하나를 새로 사왔다. 서재 책장 위에 세 마리의 돼지
저금통이 있는데 그 중 100원 짜리를 넣는 저금통이
가득 차서 잡아야 한다면서 교체용으로 사온 것이다.
가득찬 저금통을 꺼낸 뒤에 새 저금통은 그 자리에다
앉혀놓았다. 돼지들의 임무교대식이라고 해야 할까?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언제부터 넣기 시작했는지 잘
모르지만 한가득 채웠으니 이제 뜯어서 동전을 꺼내
은행으로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얼마나 찼는지는 잘
몰랐지만 엄청 무거워서 한 손으로는 들 수가 없었다.
돼지저금통을 뜯은 후 거실 탁자에 신문을 펼쳐놓고
동전을 쏟았더니 꽤나 많았다. 아내는 어디서 봤다며
화폐발행년도를 적어놓고서 희귀 화폐를 찾는다면서
일일이 년도를 확인했다. 결과는 하나도 찾지 못했다.
아내 옆에 앉아서 동전을 10개씩 줄을 맞춰 세웠다.
열한 줄하고 다섯 뭉치, 금액으로 115,000원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시나브로 모은 동전이 꽤나
큰 돈이 되었다. 읍내 농협에 나갔더니 동전 입금을
하는 시간이 따로 있으니 연락을 주겠다면서 금액과
계좌번호, 전화번호를 적어놓고 가라고 했다. 조금후
입금을 시켰다며 확인 전화를 해주었다. 어차피 우리
돈이지만 목돈이 되었다며 미소짓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