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놀면 뭐 하겠노?
3월 16일, 음력 庚子年 이월 스무이튿날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밤새 눈이 내려 하얀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어제 저녁 평창산간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기에 3월 중순인데 도대체 얼마나 내리려나
은근히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3월
중순의 눈은 그리 많이 내리지는 않았다. 땅바닥을
살짝 덮어서 흙이 안보일 만큼, 이 정도의 눈은 햇살이
나면 언제 눈이 왔느냐는 듯이 녹아 없어져서 치울
걱정은 하지않아도 된다. 문득 어제 아내와 나눈 말이
생각난다. "이제 제설장비를 창고에 들여놓을까?"
라고 했더니 "3월말까지는 더 놔두시지? 모르잖아?"
맞다. 해마다 3월의 폭설로 인해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더 놔둬야겠다. 오늘 아침도 산골은 여전히
겨울이다. 영하 7도의 기온에 눈까지 내렸으니...
어제는
날씨가 참 좋았다. 다만 바람이 불어 좀 흠이긴 했다.
그렇지만 하늘은 너무나 파랗고 보기가 너무 좋았다.
간간이 구름이 뭉실뭉실 지나가는 것 조차도 느낌이
좋은 것은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촌부에게는 아주
기분이 좋은 눈요기였다. 구름을 보다보니 며칠전에
예전 젊은 날 광고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님께서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셔서 몇 자 댓글을 달았던
기억이 났다. 파란 하늘도 좋기는 하지만 바람을 따라
정처없이 흐르는 구름을 너무나 좋아하는 촌부이다.
경북 봉화에 귀촌하여 농사도 짓고, 목공예도 하시고,
꽃도 기르시고, 글을 너무나 의미심장하게 잘 쓰시며,
또한 광고쟁이에서 유명한 셰프로 변신하여 한 때는
서울에서 유명한 음식점을 경영하기도 했던 분이며,
도예를 하시는 형수님과 함께 알콩달콩 너무 멋지게
살아가고 계시는 그 선배님을 촌부는 늘 성님이라고
부른다. 몇 가지 테마로 쓰는 글 중 하나가 이 글이다.
*성님의 페이스북 본문
<생각 뉘우기 노트 184- 나는 돌이다, 꽃이다>
남의 것이 부러울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미래를 알 수 없을 때마다
과거의 회한이 들이닥칠 때마다
나는 돌이다, 나는 꽃이다.
나는 파도다. 나는 이슬이다.
*촌부의 댓글
성님!
나는 구름이고 싶어요.
둥둥 하늘을 떠다니며
이것저것 내려다 보다가
마음에 들면 그늘을 주고
마음에 안들면 비를 쏟아버리는...ㅎㅎ
*성님의 답글
에구구!! ㅎㅎㅎ
이 성님은 촌부보다 한참 늦게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늘 앞서가는 모습이 너무나 부러워 닮고 싶다.
같은 생각이라면 늘 자연주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성님의 끝없는 열정에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누구나 처해진 위치와 주어진 여건이 다르다.
누군가 말했듯이 "나는 나다."라고 했잖은가? 그렇다.
나는 나이니까 나답게 삶을 꾸리는 것이 정답이겠지?
어제 오후,
바람이 꽤 거세게 불고 너무 쌀쌀하여 춥기까지 했다.
아내가 눈발이 흩날리고 바람도 불어 꽤 춥다고 이런
날엔 뜨끈한 수제비가 어울린다며 끓여주어 맛있게
먹었다. 오전에 눈발이 날려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냥
빈둥빈둥 거리며 놀다가 아내의 말대로 "이제 휴가도
끝나가니 그냥 푹 쉬지 그래. 제발 일 좀 그만하고..."
그냥 쉴까 하다가 "놀면 뭐 하겠노?"라고 말을 하면서
슬며시 아랫층으로 내려와 작업복을 갈아입고 장비를
챙겨 큰 밭으로 나갔다. 밭가 축대밑에 있는 조팝나무
전지를 할 작정이었다. 이 조팝나무는 20년전 우리가
이곳에 와서 처음 심은 나무이기도 하다. 우리 산기슭
조팝나무 군락지의 자잘한 자연산 묘목을 옮겨 심은
것이 바로 지금 울창하게 자란 것이라서 늘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해마다 웃자란 가지를 다듬어
주곤 한다. 머잖아 하얀 좁쌀같은 꽃이 피고 잎파리가
나오면 장관을 이루게 될 것이라서 기왕이면 깔끔한
모습을 즐기려고 다듬어 주는 것이다. 이제는 밭가에
그늘이 질 정도로 잘 자랐다. 밑에서는 사다리를 놓고
올라서서 잘라야 할 정도로 꽤나 크게 자랐다. 그래서
반은 밭쪽에서 자르고 나머지는 아랫쪽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마무리를 해야했다. 위와 옆을 정리하며
자르다보니 군데군데 잡목들이 지가 주인이냥 자라고
있어 톱으로 모두 잘라냈다. 잘라낸 나무가 꽤 된다.
이놈들은 잘 말려 땔감으로 써야겠다. 이제 어느 정도
단지 이곳저곳 볼상 사나운 것은 대충 정리가 되었다.
오늘로 9일간의 휴가는 끝이 난다. 첫날에는 어떻게
무엇을 하며 9일간을 지낼 것인가 고민 아닌 고민을
했었는데 어영부영 이것저것 손을 대다보니 시간이,
날짜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래도 하고싶었던 일,
어차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챙겨서 마무리를 하게
되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 하지만 휴가를 시작하면서
마음속으로 휴가 기간내에 몹쓸 바이러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직이다. 그나마 대구, 경북은 많이 진정이 되는 것
같은데 이젠 또 서울이 문제다. 친구가 지자체장으로
있는 곳인데 문제가 되는 것 같아서 많이 걱정스럽다.
하루빨리 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었으면 좋겠다.
휴가 마지막날인 오늘은 제발 일하지 말고 푹 쉬자는
아내의 분부대로 하루종일 빈둥거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