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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200314_5.jpg : 촌부의 단상-오늘은 굴뚝 청소부IMG_20200314_4.jpg : 촌부의 단상-오늘은 굴뚝 청소부IMG_20200314_3.jpg : 촌부의 단상-오늘은 굴뚝 청소부IMG_20200314_2.jpg : 촌부의 단상-오늘은 굴뚝 청소부​[촌부의 단상]
오늘은 굴뚝 청소부

3월 14일, 음력 庚子年 이월 열스무날
어제 저녁무렵에 스마트폰을 봤더니 난데없이 빨갛게
쓰인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한파주의보, 이게 뭐야?
3월도 중순이고 입춘, 우수, 경칩이 이미 지나고 갔고
다음주면 춘분인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모르겠네?"
라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비맞은 중처럼 혼자 뭘
그리 혼자 궁시렁거리고 계시우?"라고 아내가 말했다.
"아, 글쎄! 3월 중순인데 우리 고장 평창에 한파주의가
내려졌다지 뭔가? 낮엔 마치 봄날같았는데 말이야!"
"어디 한두번을 겪었수? 그 양반 참 새삼스럽기는... "
"당신, 한파주의보가 어떨때 내려지는 것인지 아나?"
"그걸 어찌 알아? 그냥 추워지는가 보다 하는거지!
 김동완 통보관도, 이익선 기상캐스터도 아닌데..."
"맞다! 예전에는 날씨하면 김동완 통보관이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이익선 기상캐스터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기상캐스터로 유명했었지. 지금은 뭘 하실까?"

요즘은 거의 대부분 젊고 멋진 여성 기상캐스터들이
나와서 일기 예보를 하지만 옛날에는 통보관이라고
부르던 남성들이 주로 일기 예보를 전하곤 했었다.
그건 그렇고 아내가 그냥 추워질 것이라고 하는 그
한파주의보가 어떤 때 내려지는 것인지 알아볼꺼나.
"한파주의보는 기상 주의보 하나로 10월~4월까지
 아침최저 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떨어져서
 3℃ 이하이고 평년 기온보다 3℃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아침 최저 기온이 –12℃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그리고 급격한
 저온 현상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기상청에서
 미리 예보하는 것이야! 이 정도는 알아야제, 그쟈!"
라고 우쭐대면서 아내에게 말했더니 씨익 웃었다.
어제 예보된 한파주의보가 들어맞는 것인지 오늘은
또 겨울이다. 수은주가 영하 10도까지 곤두박질을
했다. 요즘 날씨는 아침, 저녁은 겨울이고 한낮은 또
겨울이다. 그뿐인가? 하루는 봄, 또 하루는 겨울이라
종잡을 수가 없는 산골의 날씨 변화이다.

이런 날씨 때문에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는 난롯불을
지핀다. 앞으로도 아마 한달 남짓은 더 계속해 난로를
지펴 난방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연통
청소를 한번 더 해야할 것 같았다. 아침은 촌부가, 또
저녁은 주로 아내가 난롯불을 지피는데 장작이 타는
상태가 고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연통에 그을음이
찬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연소가 잘 안되기
때문에 연기가 잘 빠지지않고 그을음이 되어 점점 더
연통에 달라붙는다. 하긴 지난 연말쯤에 연통 청소를
하고 벌써 두달 하고도 보름 가까이 지났으니 할 때가
되었다. 한번 하려면 꽤 귀찮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때마침 휴가이고 딱히 할 일도 없으니 큰 마음 먹고
연통 청소를 하기로 했다. 사전 준비물이 제법 많다.
전동드릴을 챙기고, 긴 막대기에 안쓰는 타월을 돌돌
감아 빠지지않게 끈으로 잘 묶어 놓는다. 그 다음에는
긴 사다리를 안쪽과 바깥쪽에 길게 뽑아 설치를 한다.
그런 다음 넓다란 비닐봉지를 실내 연통과 바깥쪽의
연통끝에 매달아 그을음이 밖으로 떨어지지않게 잘
묶는다. 그 다음 드릴로 안쪽과 바깥쪽 연통 끝부분을
고정한 나사를 풀어 분해를 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
미리 준비해놓은 솜망치처럼 앞부분에 타월 뭉치를
묶어 만든 긴 막대기를 들고 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안쪽에서 바깥쪽을 향해 빙빙 돌리며 그을음을 털고
밀어낸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중무장을 한다.
목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쓰고, 눈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글까지 쓴다. 여러 해를 지나며 터득한 준비물이다.
그렇게 중무장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마치고나면
마치 그 옛날 굴뚝 청소부처럼 온통 시커멓게 변한다.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재미있는 일이라고 할까?

이렇게 산골살이는 여러 직업군의 갖가지 온갖 일을
경험하게 된다. 전문적이지는 못하지만 조금씩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어제와 같은 굴뚝 청소부,
때로는 수도, 전기, 보일러 수리공이 되어 응급조치를
하기도 하고, 가끔 이것저것 뚝딱거려야 하는 목수가
되기도 하며, 하절기에는 텃밭농사를 짓고 있으니까
농부가 되며, 기계치라 제대로 수리하지는 못하지만
이것저것 고쳐서 써야하니까 농기계 수리공도 된다.
넓은 정원에 야생화를 비롯한 꽃을 가꾸고 많은 나무
전지작업을 하게 되니 정원사가 되기도 하며, 뒷산에
올라 온산을 누비며 나물채취와 더덕이나 산도라지
같은 것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잣송이를 줍고 오미자,
다래같은 야생과일도 따오고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약초꾼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지게를 지고 땔감하러
다니기도 하니까 나뭇꾼이 되기도 한다. 그 뿐인가?
우연한 기회에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글을 쓰고 있는
글쟁이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주 다양한 일을 조금씩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산골살이이며 전원생활이다.
혹자들은 전원생활이 그저 유유자적을 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 전문적이면 더 좋겠지만 수용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는지라 그저 깊지는 않지만 많이
알고 많은 것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골살이는 끝없는 배움과 경험의 연속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촌부의 20년 산골살이 경험에 의한 생각이
그렇다는 말인데 촌부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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