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흔하지 않은 생일
2월 22일, 음력 庚子年 정월 스무아흐렛날
간밤에 비가 내렸나보다. 추적거려 축축해진 흔적이
보인다. 쌓였던 눈을 모두 녹이지는 못한걸 보니 많이
내리지는 않은 듯하다.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고 있다.
차갑지가 않은 바람이다. 기온이 영상 1도에 머물고
있으니 그렇겠지 싶다. 데크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바람결에 흔들리며 내는 뎅그렁뎅그렁 소리가 좋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바람소리, 풍경소리와
함께 화음을 이루고 있는 산골의 아침이다. 새소리만
있었으면 더 완벽한 자연의 화음일텐데...
이 세상에
엄마와 딸의 생일이
같은 날인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흔하지 않은 일이
촌부 가족에게는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장모님의 87회 생신이시며
사랑하는 아내의 64회 생일이다.
그래서 아내는
나이가 60이 훨씬 넘도록
지금껏 생일상을 혼자서 따로 받은 적이 없다.
그동안 장모님의 생신상에 함께했던 것이다.
어쩌겠는가?
사랑하는 큰딸을 당신 생일에 낳은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하늘의 뜻이요,
아내 스스로의 타고난 운명인 것을...
그래도
지금껏 이 날은
조촐하지만 온가족이 모여 식사도 하고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올해는 그마저 그런 시간을 가질 수가 없어
장모님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내 아내는
많이 아쉽고, 많이 쓸쓸하고, 많이 외로울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끼리 웃고 떠들며 즐길 수가 없다.
그래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촌부 마음이라
읍내에 나가 자그마한 생일 케익 하나를 마련했다.
장모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여보!
생일 축하하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