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장 담그는 날
2월 21일, 음력 庚子年 정월 스무여드렛날
오늘은 간만에 평년 기온을 되찾은 듯하다.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5도, 어제보다 높은 기온이고 한낮으로
갈수록 따뜻할 것이라 하고 심지어 비소식까지 있다.
이곳 산골에는 또 비대신 눈이 내리는 것은 아닐런지
모를 일이다. 비가 오던 눈이 오던 영하의 기온으로
얼어붙지만 않으면 좋겠다.
오늘은 옛부터 손없는 날이라 하여 길일(吉日)이라는
말날이다. 그래서 아내는 장을 담그는 날로 정했다.
조상대대로 전해오는 말, "음식 맛은 장맛"이라고 한
이야기처럼 우리 조상님들은 장을 담그는 날도 미리
신중히 생각하여 정해놓고 담갔다고 한다. 예로부터
12간지 중 말날은 장담그기 좋은 날이라고 했었다.
특히 음력 정월에 담그는 장은 다른 달에 담근 장에
비해 숙성기간이 길어 가장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깊은 맛을 돋우며 익어가는
것이 발효식품이기에 새해 첫 달, 정월에 날짜 또한
길일(吉日)인 말날에 담가야 제 맛이 난다고 하였다.
그런 이유에서 아내도 지금껏 해마다 정월의 말날에
장을 담그고 있다. 이런 아내를 보면 마치 그 옛날의
할머니와 어머니를 보는 듯하여 흐믓한 생각이 든다.
기왕 택일을 하는 길일(吉日)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12간지가 어떤 것인지 그 순서를 나열 해본다.
자(子)-쥐, 축(丑)-소, 인(寅)-호랑이,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원숭이,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
아내는 잘 띄운 메주를 깨끗이 물에 씻어 물기가 없이
잘 닦고놓고, 장독도 잘 씻어 말리고 소독하여 놓았다.
장을 담글때 함께 넣을 마른 붉은 고추, 참숯, 대추도
씻어 물기없이 해놓았다. 통깨는 바로 넣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금물 만드는 일도 미리
준비해 놓았다. 염도를 맞추는 것은 달걀을 띄워놓고
500원짜리 동전 크기까지 둥둥 뜨는 정도이면 된다.
아마 이런 방법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그
옛날 어르신들의 눈대중으로 맞추는 계량방법이지만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장을 담그고 45일 정도 발효를 시킨 다음에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는 장가르기를 하게 될 것이다.
장도 장이지만 특히 우리는 된장을 더 소중하게 생각
하기에 된장을 담그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해마다
된장을 담가놓고 3년이란 발효기간을 거치게 된다.
그래야 잘 숙성되어 된장 맛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을 담그는 일, 된장을 담그는 일은 정성이 중요한
것이라며 택일부터 온 신경을 쓰는 아내를 보면 마치
옛날 아낙네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소신과 고집으로
우리의 전통을 지켜오는 모습이라서 너무 보기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