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겨울비 내린 뒤에...
2월 14일, 음력 庚子年 정월 스무하룻날
짧은 달, 2월도 어느새 중순으로 향해 내달리고 있다.
유난히 포근했던 이번 겨울도 내달리는 시간과 함께
덩달아 달려가려나 보다. 벌써 남녘에서는 꽃소식이
들려온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 산골의 겨울은 그렇게
쉽사리 물러날 리가 만무하지 싶다. 얼마나 끈질기고
기다란 꼬리 감추기를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년의 산골살이를 바탕으로
한 경험치이지만 올겨울은 어쩐지 의구심이 생긴다.
날짜상으로는 아직 겨울인데
절기상으로는 입춘이 지났으니
이미 봄이 왔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겨울비가 내리고 난 다음날
자동차가 간만에 말끔해졌다.
목욕탕에서 깨끗이 씻고 나온 것 처럼...
졸졸거리는 시냇물 소리에 이끌려
다가가 보고는 아연실색 하고 말았다.
이제 겨우 2월 중순인데 얼음이 녹다니...
하긴 저 남녘 섬지방과 제주도에는
단군 이래 이런 겨울은 없었다는 말과 함께
이미 봄꽃이 만개하고 있음을 전해오고 있으니...
폭설과 혹한의 겨울은 실종이 되고
잠시 스쳐갈 짧디짧은 따스한 봄은
이렇게 성급하게 우리곁에 다가오려나 보다.
지난해 이맘땐 영하 15도를 오르내렸다.
1년이 지나 같은 날 오늘 아침은 겨우 영하 2도
겨울의 끝자락일까, 아님 봄의 시작일까?
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린 뒷날이라서 그런지
마치 봄날처럼 안개가 자욱한 산골의 아침
아직 머물러있는 차가운 공기를 난롯불로 뎁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