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
이렇게 잘 먹어도 되는 거야?
1월 28일, 음력 庚子年 정월 초나흗날
영상 2도에 이슬비까지 부슬거리고 있는 오늘 아침,
마치 봄날의 이른 아침을 맞는 그런 느낌이 든다.
다른 것이라면 어제 저녁에 내린 눈이 조금 땅바닥을
덮어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이러한 겨울이 과연 우리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창산간에 대설주의가 내려졌다는 소식과 함께 눈이
흩날리던 어제 아침나절 부랴부랴 챙겨 아내와 함께
원주에 나갔다. 볼 일을 보고나서 시간을 보니 아직은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더
봐야할 일이 없으니 나온김에 점심이나 먹고 가자고
했다. 뭘 먹을까? 생각끝에 원주에 오면 아주 가끔씩
가는 오장동 냉면집에서 냉면이나 한 그릇씩 먹자고
하며 자동차를 몰았다. 가는 도중 간판을 본 아내가
"우리 모처럼 보리밥을 먹으면 안될까?"라고 하였다.
"보리밥? 오데 보리밥 하는 집이 있나?"라고 했더니
"방금 지나온 골목에 <보릿고개>란 간판이 보였어!
요즘 입맛도 없는데 보리밥이나 쓱쓱 비벼 먹읍시다."
자동차를 후진할 수가 없어 다음 골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 집으로 연결되는 도로였다. 2층에 위치한
보리밥집 상호가 재밌다. 보릿고개... 아마도 그 옛날
향수를 자극하는 뜻으로 정한 것 같다. 올라가 자리를
잡으니 금새 보리밥 숭늉부터 가져다 놓았다. 차례로
나오는 반찬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가지수도 꽤 많고
도자기 그릇에 담긴 음식이 꽤나 맛깔스럽게 보였다.
마지막에 보리밥과 쌈이 나와 한상 그득하게 놓였다.
아내와 모처럼 옛날 생각을 하면서 맛나게 잘 먹었다.
신용카드로 계산을 마치고 난 아내가 "우와~ 이 정도
음식에 이것밖에 안나왔어?"라고 하여 영수증을 보니
1인당 만원, 합이 이만원이었다. 요즘 아이들 말처럼
"가성비 짱이네!"라고 하며 음식점을 나왔다.
나온김에 마트에 들렸다.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생필품을 구입하고 마지막에 들린 생선코너,
아내가 "생선회 먹고 싶지? 하나 골라보셔!"라고 하여
"생굴이 먹고 싶은데..."라고 했더니 "설연휴에 줄곧
고생했으니 두 가지 다 사셔!"라고 하는 것 아닌가?"
얼씨구나 싶어 두 가지 다 쇼핑카트에 담기는 했는데
내심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다지
생선회를 즐기지 않으며 굴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
아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편을 위해 선뜻 사주는
아내가 너무 고마웠다. 사온 생선회와 생굴로 저녁을
맛있게 먹으며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더니 오히려 잘
먹는 것이 좋아보인다는 표정을 짓는 아내에게 거듭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촌부가 뭐라고 말을 했을까?
"나, 이렇게 잘 먹어도 되는 거야?"
*사이트 접속이 안되어 뒤늦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