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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200114_2.jpg : 촌부의 단상-쉬는 날이 더 바쁜 산골 부부IMG_20200114_1.jpg : 촌부의 단상-쉬는 날이 더 바쁜 산골 부부[촌부의 단상]
쉬는 날이 더 바쁜 산골 부부

1월 14일, 음력 12월 섣달 스무날
이른 아침 난롯불을 지펴놓고 바깥에 나갔다. 바람은
잠잠한데 손이 시렵고 코가 찡할 만큼 차갑다. 온도가
꽤 내렸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하 13도까지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날씨 정보를 보니 우리 고장에
한파주의가 내려졌고 한다. 이 정도 기온의 추위라면
겨울 평균 기온 정도인데 워낙 따뜻한 겨울이었기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듯하다. 새벽 하늘에 떠있는 저
달의 모양새가 어느새 반달에 가깝다. 차츰 하현달로
변해가고 있지만 아직 밝게 보인다. 오늘이 음력 섣달
스무날이다. 그러고보니까 우리 고유의 명절 설날이
한열흘 앞으로 다가오고 있네. 명절이래야 어디 예전
같지가 않은 요즘이라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고 설은 설이니까 기다려진다. 식구들
만날 생각에...

어제는 참 바빴다. 쉬는 날이 더 바쁜 촌부의 하루라고
할까? 지나고나면 딱히 뭘 했었고 뭐가 남는지도 모를
그런 하루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제 아침나절 원주에
볼 일이 있어 나가려는데 예보에도 없던 눈발이 꽤나
많이 흩날렸다. 여유있게 천천히 다녀오려고 했었는데
아내는 혹시라도 눈이 많이 내려서 자동차가 못내려
가면 어쩌냐며 서둘러 다녀오자고 했다. 쉬는 날이라
늑장을 부리고 있던 촌부, 부랴부랴 씻고 집을 나섰다.
둔내터널을 지나 횡성에는 어느새 눈이 내려 하얗게
쌓여있는 것이었다. 원주에 다녀오면 우리집에도 꽤
많이 쌓이겠구나 싶었다.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담아놓고 남들에게는 밝힐 수
없는 상담을 하면서 둘 다 울컥했다. 울적한 마음으로
마트로 발걸음을 돌렸다. 기왕 원주에 나온 김에 장을
보려고 대형마트에 들린 것이다. 근 한달만에 원주에
나갔으니 이것저것 생필품 살 것이 제법 많다고 했다.
쇼핑을 하고나니 어느새 점심때, 가끔씩 원주에 가면
들리는 음식점에서 뜨끈한 설렁탕으로 배를 채웠다.
이따금 가는데 단골이라며 우리를 기억하고 반겨주는
주인 아주머니는 서비스로 달걀찜을 챙겨주어 고맙다.
다시 인근 백화점에 들려 쇠고기를 조금 사고 고등어,
냉동 참치를 샀다. 생선회를 살까 했으나 너무 비싸서
냉동 참치로 대신했고 쇠고기는 장모님 모시고 저녁에
구워먹자며 샀다. 다시 봉평 읍내로 돌아와 은행일을
보고나서 단골 채소가게와 농협마트에 들렸다가 집에
오니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다행히 염려했던
눈은 쌓이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여기저기 다녀서
그런지 피곤이 엄습했다. 쉬는 날에 동분서주 하느라
힘들었을테니 저녁 먹을 때까지 눈 좀 붙이고 쉬라는
아내가 고마웠다. 난롯불 지펴놓고 그냥 쇼파에 누워
잠이 들고 말았다. 그 사이 아내는 저녁준비를 했단다.
장모님을 위해 사가지고 온 쇠고기를 구워서 식사를
했으나 입맛이 없어서 그런지 많이 드시지 않으셨다.
이제 연세가 있어셔서 그렇겠지라고 생각을 하지만
아내도, 촌부도 마음이 짠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
밥을 먹지않고 쇠고기 몇 점으로 대충 저녁을 때워서
그랬는지 저녁에 배가 출출하여 기름기가 없는 건면
하나를 끓여서 야식 삼아 아내와 조금씩 나눠먹었다.
우리 부부는 어쩔 수가 없는 조선 사람이다. 꼭 곡기를
채워야 하니까 말이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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