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장모님과 만두
12월 26일, 음력 12월 섣달 초하룻날
오늘은 한 달만에 양력과 음력이 사이좋게 같이 간다.
대부분 거의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나고 5~6일 정도만
만나서 함께 가는 것이다. 양력이 빠르고 음력이 늦다.
굳이 음력을 촌부의 일기에 적어 보는 것은 별다른 큰
의미는 없다. 다만 집안의 대.소사를 비롯해 우리 부부
생일을 음력으로 지내다보니 지금껏 음력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일상생활,
굳이 음력까지 기억하며 살지않아도 불편함은 없지만
40대는 모르겠고 50대 이상의 나이가 든 사람들에겐
챙겨야 하는 행사들의 많은 부분이 음력이라서 아직은
음력을 버릴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뜬금없이 무슨
음력 이야기로 시작을 한 것이냐면 일기를 쓰며 양력,
음력 날짜를 앞머리에 적다보니 양력으로 2019년은
며칠 안 남았지만 음력으로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
해는 아직 한 달이나 남았구나 싶어서 몇 자 적어봤다.
오늘은 먹는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까 싶다. 하루 세끼
우리가 먹는 음식은 그 종류가 수없이 많고 다양하다.
집집마다 다른 특색이 있고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다. 촌부는 아내의 음식에 길들여져 있다.
그 수많은 음식 중에 이맘때 먹으면 좋은 만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만두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밀가루를 반죽하여 고기나 야채(野菜)를 다져 만든
소를 넣고 둥글거나 길둥글하게 빚어 찌거나 삶거나
튀긴 음식(飮食)을 말한다. 떡국에 넣기도 하고 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한문으로 饅頭(만두)라고 쓰며,
비슷한 말로는 교자(餃子), 포자(包子)라고 부른다."
고기를 다져서 넣으면 고기만두, 김치를 쫑쫑 썰어서
넣으면 김치만두인데 지난번 막내네가 왔을 때 빚은
만두는 김치 대신에 알배추를 쫑쫑 썰고 고기를 다져
넣고 빚었는데 무슨 만두라고 해야할까? 이름이 중요
한 것은 아니겠지? 음식은 맛이 더 중요한 것이니까.
만두를 빚던 그날이 문득 떠오른다. 연로하신 장모님,
아내와 막내처제 그리고 조카 딸내미, 이렇게 3대가
모여 만두를 빚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한참
바라보며 사진을 몇 컷 찍어놓았다. 실은 식구들 보다
올해가 지나면 87세 되시는 장모님께서 만두를 빚는
모습을 담아놓고 싶었던 것이다. 건강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서 가끔씩 장모님 모습을 찍어 간직하고 있다.
옛 모습은 온더간데 없이 많이 늙으신 모습의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저려온다. 맏사위와
맏딸과 함께 이곳에서 지내고 계시지만 잘 해드려야
하는데 하는 마음뿐이지 제대로 살갑게 대해 드리지
못하고 있어 송구스럽다. 촌부의 나이도 나이겠지만
워낙 사분사분한 성격이 아닌 경상도 출신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다만 이제 양가 부모님 중에 장모님만
계셔서 촌부는 잘 못하지만 아내에게 좀 더 잘 보살펴
드리라 말하곤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위가 쉬는
날을 기억하시며 외식하러 나가자고 하셨는데 이제는
그 마저 기억을 잘 못하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며칠전 아내가 장모님과 처제와 조카 딸내미와 함께
만든 만두로 만두 전골을 끓였다. 김치와 돼지고기,
기른 표고버섯과 대파를 듬뿍 넣고 아주 맛있게 끓여
한 냄비를 다 비웠다. 아내와 둘이 먹으면서 "이거는
엄마가 만든 것이고, 이거는 딸내미가 만든 것이며,
이건 막내가, 이것은 내가 만든 것이네." 라고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아내와 촌부가 늘 걱정을 하는 것은
장모님의 건강이다. 편식이 꽤 심하셔서 아내가 나름
정성을 다해 만들어 드려도 예전에는 맛있게 잘 드신
음식도 요즘은 꺼려하신다. 아내는 장모님의 영양을
생각하여 좋아하시는 음식 위주로 만들어 드리는데
그때그때 입맛이 달라지시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단다.
새해 연초에 처제들이 신년이라고 산골집에 온다면서
식구들과 모여 만두나 빚어서 먹자고 했단다. 그때 또
장모님을 모시고 만두를 빚으면 좋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