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가끔은...
12월 19일, 음력 11월 동짓달 스무사흗날
평소보다 조금 빨리 잠이 깼다.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하는 것이라곤 이것저것 아내가 준비해놓은 견과류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먹는다. 그리고는 늘 그랬듯이
반사적으로, 자동적으로 목장갑을 끼고 현관 바깥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동짓달 스무사흗날 반달과
초롱초롱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촌부를 내려다보며
아침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날씨가 그다지
춥지않다. 영하 5도밖에 안되니까 말이다. 아침부터
실성한 듯한 사람 마냥 어두컴컴한 이른 아침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자서 중얼거리며 잠시 서성인다. 바로
그때 저만치 산기슭에서 어디에선가 괴성이 들린다.
고라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잃었을까?
아님 겨울날에 먹이가 없어 그런걸까? 이도저도 아님
어미를 잃은 새끼일까? 그도 아니면 짝을 찾는 걸까?
모르겠다! 지금 내가 산짐승까지 챙길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장작집에서 불쏘시개를 조금 챙겨 들어
와서 난롯불을 지폈다. 아주 잘 마른 장작이라 그런지
탁탁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잘 탄다. 난로위에 얹어놓은
주전자에 물이 끓는 소리가 난다. 화력이 기가 막히는
난로다. 물이 끓었으니 해야할 일이 있다. 따뜻하게
뎁혀진 물을 보온 물주머니에 담아서 곤히 자고있는
아내의 품에 살며시 안겨주고 내려왔다.
그리고는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갑작스레
회의감이 느껴진다. 일상이야 머리속에 들어있긴 해도
뭔가 화두를 삼아 몇 자 기록으로 남기는 촌부의 단상,
그런데 머리속이 하얗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다.
아예 생각이 없다. 이런 날도, 이런 때도 있구나 싶다.
그럼 생략하면 되는 것이지 뭘 고민을 하는 것인가?
괜시리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까지 있겠는가?
그래! 오늘은 쉬자! 그래놓고는 그 생각을 또 이렇게
글로 옮기고 있다. 습관이, 버릇이 무서운 것인가보다.
가끔은 쉬어가도 어느 누구 하나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텐데 말이다. 못말리는 촌부의 오늘 일기는 이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