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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1216_8.jpg : 촌부의 단상-가족 모임IMG_20191216_7.jpg : 촌부의 단상-가족 모임IMG_20191216_6.jpg : 촌부의 단상-가족 모임IMG_20191216_5.jpg : 촌부의 단상-가족 모임[촌부의 단상]
가족 모임

12월 17일, 음력 11월 동짓달 스무하룻날
어제와 달리 오늘 아침은 무척 푹하다. 영하 8도였던
어제 아침보다 무려 7도가 올라 영하 1도이다. 어라?
오후쯤에 비소식이 있다고 했는데 아침부터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새벽에 눈이 내렸는지는
몰라도 영하의 기온에 길바닥이 얼어붙어 유리장처럼
반질반질하여 엄청 미끄럽다. 아무래도 아침에 자동차
운행은 무리고 위험하여 안될 것 같다.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의 연속이다. 마치 블랙아이스 현상과도
같다. 걸어서 내려가는 것도 조심해야만 할 것 같다.

어제는,
점심 한 끼를 먹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채비를 하느라
서둘렀다. 날씨가 차가워서 자동차에 씌워둔 덮개를
걷고 집을 나섰다.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골목길가에
자동차를 세워두었다. 그 사이 아내는 승차권을 끊고
기다리고 있었다. 월요일이고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아침 첫 차에는 원주로 가는 손님들이 많다. 부지런한
신골 사람들이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모두들 차에
타자마자 눈을 붙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뒷쪽에 앉은
아주머니 둘의 대화가 너무 시끄러웠다. 우리 보다는
조금 더 먹은 나이인 듯한 두 아주머니 대화는 원주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시시콜콜한 내용을 어찌나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지 예의가 너무나 없었다.
귀를 막을 수도 없고 괜시리 짜증이 나는가 싶었는데
다른 한 아주머니가 좀 조용히 가자고 소리를 질러도
요지부동,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는가 싶었다. 에이~

그렇게 원주에 도착해 다시 수원행 버스로 갈아 탔다.
수원에 도착하니 약속 시간보다도 한 시간이 빨랐다.
약속 장소까지는 제법 거리가 된다고 하여 망설이다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점심 메뉴가 뷔페라고 하니까
시간도 남고 모처럼 도심을 걸어보는 것도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다는 아내의 생각에 걷기로 했던 것이다.
산골보다는 공기가 탁했지만 마치 봄날처럼 따뜻해
걷기에는 그런대로 좋은 날씨였다. 고향이 수원이지
수원을 떠난지 오래되어 시내의 변모에 놀라워 하는
아내였다. 간만에 도심을 아내와 함께 걸어보았다.
20년전 도시에 살던 그때를 생각하며...

사실 어제는 우리 가족이 모임을 가진 날이었다.
어머님이 작고하시고 나서 이제 우리 부부가 집안의
어른이 되었다. 아내는 어머님을 대신해야 하고 또한
촌부는 아버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얼마전 아내의
제안으로 몇 차례 모임을 갖기로 했다. 부모님 기일,
먼저 가버린 둘째 여동생의 기일 그리고 어제와 같이
연말이나 연시에 그리고 그 외 몇 번은 서로의 사정,
형편을 고려하여 날짜를 정해 모이기로 했던 것이다.
모임 날자를 정함에 있어 요일을 고려하게 되었는데
아주 재미있는 것은 날자와 관계없이 월요일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모님의 기일은 절에서
모시기로 하며 가장 가까운 월요일에 모시기로 했고,
기제사를 모시지 않기로 한 둘째 여동생은 기일 무렵
가까운 월요일에 모여 납골을 모신 절에서 추모하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 외의 모임도 월요일에 하기로
했다. 막내 아우가 자영업을 하다보니 월요일이 쉬는
날이라서 맞추기로 했다. 남동생도 업종이 다르지만
자영업을 하여 언제라도 시간을 낼 수가 있으며, 또한
아들 녀석도 월요일이 휴일이라서 다행이고, 조카들도
월요일에 시간을 낼 수가 있다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매주 화요일이 휴일인 이 촌부가 문제인데
쉬는 날을 서로 바꿀 수가 있고 바쁜 철인 여름과 겨울
외는 휴가를 낼 수가 있으니 괜찮다. 어제 참석을 못한
조카 둘은 소방관이 된 형제인데 지난 봄 세상을 등진
둘째 여동생이 남긴 두 아들이다. 또한 막내 여동생의
아들 둘 중 큰 녀석은 지난 여름 군복무를 마치고 요즘
아르바이트하며 공부를 하고 있고, 작은 녀석은 현재
군복무 중이라서 참석을 못했다. 옛날 촌부의 어릴적
식구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다. 조카 사위까지 합쳐서
우리 5남매 식구 수는 고작 열다섯 명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고정적인 관습이나 전통을 무시하고 멋대로
한다고 혹자는 비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일이라는
것은 꼭 그 날자에 맞춰 지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남은 식구들 형편에 따라
지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그리 하기로 하였고 또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에서 식구들이 더 많이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흔히들 하는 말로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며 어차피 산 사람들을 위하여
모이는 모임이 되고 마는 것이니까 말이다. 

모임 분위기 스케치는 여느 가족 모임과 별로 다른 것
없으니 생략한다. 막내 여동생이 나이든 큰 오라비와
올케 언니 건강을 위해 반년 먹을 분량의 영양 보조제
생유산균 락토핏을 선물로 주어서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왔다. 작은 오라비에게도 다른 걸 준비한 것 같다.
만남을 가진 시간은 불과 세 시간에 불과했지만 오고
가는 시간이 2배나 더 많은 어제였지만 우리 부부는
즐겁고 기쁘고 뿌듯한 마음으로 산골집에 돌아왔다. 
이제 새해부터는 처가쪽도 본가쪽 비슷하게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려고 한다. 예전과 달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가족이지만 하는 일이 다 다르고 사는 곳이
서로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얼굴을 보고 마주 앉아서
식사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사는 형편이다. 그래서 양가
모두 가장 맏이인 아내가 생각하고 제안하여 실행에
옮긴 것이고 또 계속 이어갈 것이다. 이러니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고 고마울 수밖에 없는 촌부는 복받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또 팔불출 소리를 듣겠네.
Atachment
첨부 '4'
  • 허익범 2019.12.17 10:09

    음 팔불출 맞네......    도대체 한두번 칭찬해야 말이지....!!!!!!.    그래도...... 아름답고 예쁘고 푸근한 맘들이 어릴 때 동화책 읽는 감동이네..... 세상이 부러워하는 삶 멋지게 이어가는 뽀식 친구를 보며 오늘도 힐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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