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눈이 내린 날에...
12월 15일, 음력 11월 동짓달 열아흣렛날
어제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녀석의 생일이었다. 이른
아침에 녀석은 낳아주고 길러주셔서 고맙다는 전화를
주어 마음 짠했다. 촌부 마음이 이럴진데 아들 사랑이
남다른 아내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들 생각하는 아내
마음은 저녁상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아들 생일날에
미역국을 끓여 부모인 우리가 아들 대신 먹은 것이다.
아내더러 올라가 미역국이라도 끓여주고 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비를 닮았는지 주말이 바쁜 직업이라 그저
마음 뿐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아들 녀석의 생일 축하
미역국을 끓인 것 같다. 내 아내의 아들 사랑은 이렇다.
다른 어머니들도 다 그런 마음이긴 하겠지만 미역국을
끓여 대신 먹는 분들이 계실까 모르겠다. 아들 녀석이
태어났던 날, 39년 전 그 해도 눈이 내렸다. 그때 우린
축하의 눈, 축복의 눈이라면서 무척이나 좋아 하였다.
그런데 오랜 세월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이제는 눈오는
것이 겁나고 싫으니 이를 어이할꼬? 어젯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몇 자 끄적거려 보았다.
이랬습니다.
올 듯 말 듯 하던
그 겨울의 모습이 소리 소문없이
우리들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와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였습니다.
올 듯 말 듯 하던
그 겨울은 세상을 온통
하얗디 하얀 모습으로 바꿔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올 듯 말 듯 하던
그 겨울은 한 마디 예고도 없이
하얀 옷으로 갈아 입은 모습이라
우리들은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올 듯 말 듯 하던
그 겨울이 남긴 흔적 위에
한 발짝 두 발짝 내딛으며
내 흔적을 남긴 아침이었습니다.
올 듯 말 듯 하던
그 겨울은 나이들어 연약한
내 아내 산골 아낙을 힘들게 하여
미운 마음 들었던 낮이었습니다.
올 듯 말 듯 하던
그 겨울 때문에 힘들어 하며
울부짖는 고라니 울음 소리에
안타까운 마음 생긴 밤이었습니다.
올 듯 말 듯 하던
그 겨울은 자연의 순리인지라
이래라 저래라 하지를 못하는
우리들은 그저 그러려니 해야합니다.
올 듯 말 듯 하던
그 겨울이 쏟아놓은 하얀 눈
비록 많이 내린 눈은 아니었지만
어제는 이랬습니다. 눈이 싫어!
혹자들은 이런 촌부 생각에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
"촌부라면서 낭만도 없고 멋대가리도 없네"라고...
촌부라고 하여 낭만이 없을 리 있겠는가? 이 나이에
낭만 타령을 하는 것보다는 현실에 더 치중하게 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도 이 멋진
설경을 바라보며 음악과 함께 따끈한 차도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그래서 늘 입에 달고사는 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이 말을 실천으로 옮겨
보려고 다짐을 하고 또 다짐하곤 한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또다시 수은주가 영하 9도까지 곤두박질하여
제법 춥다. 이 정도 추위쯤이야 우습다면서 일요일
아침을 열었다. 난롯불을 지펴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