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겨울비 추적거리던 날에...
12월 11일, 음력 11월 동짓달 열닷새, 보름날
오늘 아침은 꽤 푹하다. 영상 1도, 겨울이 이래서도
되는 걸까 싶다. 이 말도 오늘까지이고 내일부터는
또 찬바람이 몰려와서 추워진다고 한다. 따뜻해 좋긴
하다. 이번주에는 또 눈오식이 있단다. 또 어제처럼
겨울비가 추적거릴 수도 있겠지만...
어제는 산골에 때아닌 겨울비가 아침부터 추적거리며
내렸다. 여느 해 이맘때 같으면 눈이 잔뜩 쌓인 설국에
설경이 눈앞에 펼쳐졌을텐데 날씨가 푹하여 비가 내린
것이 아닌가 싶다. 눈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 딱히 뭔가 모르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왜 그랬을까? 하여간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
딱히 할 일은 없었다. 뭘 할까 망설이다가...
아침에 생수를 꺼내다가 창고가 영 마음에 걸린 것이
생각났다. 너저분하여 정리를 좀 해야겠구나 했었다.
언제 해도 해야할 일인데 때마침 눈이 아닌 겨울비가
내려 그 일을 하라는 조짐이 아닌가 싶었다. 식사후에
겨울비가 내리는 날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이야기
하다가 대충 스케쥴을 말했더니 그새 아내는 준비를
하느라 2층에 있었는데 갑자기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무슨일을 하느냐며 내려와서 보고는 심란해 하였다.
시간이 조금 남을 듯하여 시작한 현관안에 있는 수납
공간 창고정리를 시작한 것이다. 온갖 생필품을 비롯
담금술, 담금 효소와 같은 것들에다 재활용을 하려고
놓았둔 박스, 그 외 많은 것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너저분하게 놓여있어 깔끔하게 정리를 하였다. 우리
둘 다 버리는 것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서 이것저것 참
많이도 쟁여두고 살았던 것이다. 어떤 건 꽤 오랫동안
방치된 것도 있었다. 과감하게 정리했더니 버릴 것이
큰 비닐 봉투로 두 개나 되었다. 속이 후련했다. 한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려 아내에게 미안했다.
어제는 모처럼 아내를 위해 하루 시간을 쓰기로 했다.
우선 보건소에 들려서 아내가 복용하는 약을 지은 후,
곧장 진부로 향했다. 창고 정리를 하느라 식사를 못해
늦은 점심부터 해결을 해야했다. 뭘 먹을까 물었더니
딱히 갈 만한 데가 없으니 진부 장골목으로 가보자고
했다.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다보니 저만치 식사하고
나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이는 식당이 눈에 띄어
들어갔다. 짬뽕을 잘하는 집인 것 처럼 보였다. 둘이
짬뽕을 시켰는데 내용물은 물론 국물도 아주 깔끔해
보였다. 맛은 어떨까 했었는데 아내도 촌부도 똑 같은
생각이었다. 해산물도 많았고 면도 아주 쫄깃쫄깃 또
국물맛이 맛있게 적당히 매운맛이었다. 근동에 이런
맛을 내는 집은 없는 것 같다며 아내가 너무 좋아했다.
촌부도 아내도 흔히들 "완뽕을 했다!"라고 말하는 것
처럼 국물까지 깨끗하게 한 그릇 비웠다. 맛집 발견을
했다며 좋아하는 아내를 보는 촌부 마음도 흐믓했다.
사실 어제는 아침에 "어디 갈까?"라고 말했을 때 둘의
생각이 똑 같았다. 촌부가 "절에..." 하는 순간 아내도
"절에 다녀옵시다."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다니는
오대산 월정사에 가는 길에 점심때가 지나 식사부터
하고 가려고 진부에 들린 것이다. 요즘 아내가 많이
힘들어 하는 눈치였다. 그동안 이제는 많이 극복하고
안정을 찾았겠지 싶었는데 그건 촌부만의 생각일뿐
아내는 마음앓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봄부터
최근 지난 가을까지 한 해 큰 일을 두 번씩이나 겪고
난 다음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중압감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많은 속앓이를 하고 있노라며 눈물까지
흘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내 성격으로 보아 아마도
그랬으리라 생각이야 했지만 설마 이렇게 오랫동안을
그러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무심한 남편이었는가
보다. 그래서 절에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란다.
부처님을 뵙고 반야심경을 속으로 암송하고 왔으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모르겠다. 묻지는 않았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의 법문집을 한 권 사갖고 왔다.
기왕 나온 김에 모처럼 영화 한 편을 보고 가면 어떨까
싶었다. 평창 시네마에서는 몇 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딱히 아내와 촌부가 좋아하는 장르는 없었다.
그나마 요즘 1,000만 관객이 들었다며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겨울 왕국2"가 볼만 할 것 같아서 보기로
했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그다지 즐기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볼만했다. 아내는 전편도 보았고 이번 편도
좋았다고 했다. 영화 내용 보다는 영화관 이야기를
해보자. 작은 영화관인 평창 시네마는 산골 사람들의
문화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좋은 문화공간이 되었다.
서울 개봉관과 같은 시기, 같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입장료는 절반인 6,000원으로 저렴하다. 그 뿐인가?
인터넷 예매도 하지만 대부분 그냥 가도 볼 수 있다.
어제는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8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또한 집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으니 이 얼마나
가깝고 좋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 바쁘단
핑계 아닌 핑계로 자주 못가는 것이 문제 중의 문제라
해야겠지 싶다. 매번 자주 와야겠다 다짐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