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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1210_5.jpg : 촌부의 단상-극히 드물지만 때로는...IMG_20191210_4.jpg : 촌부의 단상-극히 드물지만 때로는...IMG_20191210_3.jpg : 촌부의 단상-극히 드물지만 때로는...[촌부의 단상]
극히 드물지만 때로는...

12월 10일, 음력 11월 동짓달 열나흗날
쉬는 날에는 제발 일찍 일어나 발발거리지 말고 늦잠
좀 자라는 아내의 엄명에 따르기로 하여 작심을 하고
평소보다 두어 시간을 더 잤다. 아침형 촌부의 오늘
하루는 두어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어젯밤 아침에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어떤가 싶어 곧바로
바깥에 나가보니 겨울비가 추적거리고 있다. 기온이
영상 3도까지 올라간 영향인가 보다. 남들은 눈오는
것을 좋아할테지만 우리는 그렇지가 않다. 현실적인
것에 더 치중하는 산골 부부의 마음이라 그럴테지?

어젯밤,
아내가 곤히 잠을 자고 있다. 전날 고추장을 담그느라
하루종일 서있다시피 했다. 늦은 밤 고추장을 장독에
담고 막 잠을 자려고 하는데 아내의 절친한 친구들이
함께하는 단톡방에 메시지 하나가 "카톡!"하고 떴다.
아내 친구의 모친께서 별세하셨다고... 그래서 아내는
어제 아침 일찍이 시외버스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멀리 수원에 문상을 다녀왔다. 전날 고추장 담그느라
힘들다고 했는데 연이어 어제는 수원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왔으니 피곤하긴 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TV를
보다말고 조용하여 옆을 쳐다보니 아내가 곯아떨어져
업어가도 모를 정도였다. 평소보다 훨씬 일찌감치...

한데 촌부는 이른 저녁식사 때문인지 배가 출출했다.
하필이면 바로 그때 TV에는 연예인이 칼국수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입맛을 다시는 촌부였다.
피곤하여 곤히 잠자고 있는 아내를 깨울 수는 없었다.
"오늘 야식은 참을까? 하루쯤 야식 안하면 어떠냐?"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한참 갈등을 하다가 아내가
깰까봐 슬그머니 방을 나왔다. 거실 쇼파에 앉아서 또
생각했다. 방을 나올땐 이미 뭐라도 먹어야 하겠다는
작정을 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뭘 먹으면 좋을
것인지 떠오르지 않다가 방금전 연예인이 먹던 칼국수
생각이 났다. 하지만 칼국수를 끓이려면 이래저래 꽤
복잡하다. "그렇다면 라면처럼 생긴 멸치 칼국수라는
인스턴트식품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얼마전 마트에서 아내가 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거야! 아내를 깨울 필요가 없어 좋겠는걸!"
하며 아랫층 주방으로 내려가서 냄비에 물을 끓이고
창고에서 멸치 칼국수 한 봉지를 꺼내왔다. 입맛을
다시며... 김치냉장고에서 파김치와 고들빼기김치를
꺼내고 배추김치도 조금 꺼내 길다란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다 끓인 면을 냄비째 놓고 먹어도 되지만 기왕
먹을 것이라면 확실하게, 제대로 차려서 먹자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라 그릇을 찾아 부어서 맛있게 먹었다.
아침에 아내가 일어나면 또 한 마디 하지 않을까 싶다.
이맘때 제철이라고 좋아하는 과메기를 사다주었는데
무슨 야식까지 먹었느냐고... 수원을 다녀오다 시간이
많이 남아 마트에서 장을 보며 얼마전 마트에 갔을 때
과메기를 쳐다보던 촌부 생각이 나서 사왔다고 했다.
보관해 두었던 우리 배추에 파김치, 고들빼기김치를
곁들여 과메기를 싸서 맛있게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과메기가 그리 맛있나? 진작 사
줄긴데 미안하네!"라며 너무 맛있게 먹는 촌부 모습을
보며 흐믓해 하였다. 그런데 또 밤중에 혼자 야식까지
챙겨먹었으니 한 말씀 안할리가 없다. 각오 해야겠지?
혼자서 야식을 챙겨먹는 것은 극히 드물지만 때로는
어젯밤처럼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비록 인스턴트 식품이었지만...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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