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아무나 경험을 못하는 일들...
11월 13일, 음력 시월 열이렛날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은주가 영하 5도까지 뚝
떨어진 걸 확인한 순간, 어제 아침에 난로 연통 청소를
참 잘했구나 싶었다. "기가 막힌 티이밍이야!"라며...
추위가 다가오자 한동안 이런저런 겨울 채비를 하면서
늘 마음에 걸렸던 것이 난로 연통을 청소하는 일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하는 일, 꼭 해야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연통 청소를 하는 것이 많이 늦었다.
여느 해에 비해 추위가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 촌부의
구차한 변명이라고 할까? 난로와 연관이 있는 땔감용
장작 만들기와 장작 나르기에 온통 신경 쓰느라 정작
너무나 중요한 연통을 청소하는 일에는 소홀하였다.
아내가 "날씨는 추워지는데 연통 청소는 언제 하려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야?"라고 했는데 말이다.
드디어 어제 아침 난로 연통을 청소하는 일을 끝냈다.
이 일은 아무나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다. 일을 하려면
여러가지 장비와 도구를 준비해야하고 연통이 높아서
일을 하는 것도 꽤나 힘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칫
잘못하면 시커먼 난로재를 온몸에 뒤집어 쓰기도 한다.
지난해 바깥으로 나와 지붕 처마끝으로 연결된 연통을
청소하면서 난로재가 머리위로 왕창 쏟아지는 바람에
옛날 어느 코미디 프로 주인공처럼 시커먼스가 되었고
아내가 촌부더러 굴뚝 청소부가 되었다며 한잠 웃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올해는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름대로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좋은 묘안을 찾았다.
넓다란 비닐봉지를 연통끝에 매달아 놓은 후 끝부분을
개봉하였다. 긴 막대기 끝에 수건 한 장을 돌돌 말아서
끈으로 빠지지않게 솜방망이처럼 묶어 청소를 했더니
양손과 오른쪽 팔에만 시커먼 난로재가 조금 묻었으며
연통에서 밀려나온 난로재는 비닐봉지 안에 떨어져서
안쪽의 거실바닥도, 바깥쪽의 흙바닥까지 깔끔하였다.
아내는 안쪽과 바깥쪽 연통에서 떼어낸 연통 뚜껑에
가득 찬 재를 버리고 냇물에 깨끗이 씻어와 원위치를
하였다. 이제 아무때나 날이 추우면 난로에 장작불을
지필 수 있다면서 좋아하며 웃는 아내, 뒤늦게 청소를
하여 아내에게 미안했던 촌부도 함께 웃었다.
일이 끝나자마자 씻고 나왔더니 원주에 나가서 쇼핑을
좀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자주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대형마트에 가서
겨울철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난로 연통 청소도 했겠다 다른 일이야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 드라이브 삼아, 도시 나들이 삼아 또한
아내와 단둘이 데이트 삼아 다녀오자고 하며 원주에
나갔다. 간만에 아내와 함께 즐겁게 쇼핑도 하고 가끔
원주에 나가면 식사하고 오는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점심을 먹고 왔다. 촌부가 좋아하는 쭈꾸미를 사주어
저녁에 데쳐 안주삼아 초장에 찍어 먹는 호사도 함께
누렸다. 이런 소소함도 산골살이에서는 호사라 하니
남들은 웃을테지만...
원주에서 돌아와서 아내가 밭설거지를 하며 걷어놓은
멀칭비닐을 차에 싣고 마을에 내려가 공동 수거장에
갖다놓고 왔다. 오는 길에 마을 아우네 들려 이야기를
하며 차 한잔을 나누고 올라왔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만 밭설거지 마무리를 해야겠기에 서둘렀다.
이 역시 아내가 밭설거지를 하며 뽑아 모아놓은 밭가
그물망 지지대와 고추를 비롯한 농작물 지지대 같은
농자재인데 내년 봄까지 잘 보관을 해두어야 하기에
눈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바베큐장으로 옮겨 놓아야
하는 일이다. 지지대는 손수레로 옮길 수가 없어 차에
싣고 바베큐장 가까이에서 여러차례 한 아름씩 안아
옮겼더니 팔이 시큰거린다. 옮겨놓고 보니 꽤나 많다.
저 많은 것을 봄날에 일일이 망치로 내려쳐서 박았고
얼마전 가을날에는 아내가 일일이 하나씩 뽑았구나
싶으니 우리 부부 둘 다 수고했다며 자화자찬을 했다.
그새 해는 저물어 어둑어둑 했으나 집으로 올라오는
촌부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밭설거지를 다
마쳤고 뒷마무리까지 끝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