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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1110_3.jpg : 촌부의 단상-모처럼의 야식, 이게 뭣꼬?IMG_20191110_2.jpg : 촌부의 단상-모처럼의 야식, 이게 뭣꼬?IMG_20191110_1.jpg : 촌부의 단상-모처럼의 야식, 이게 뭣꼬?[촌부의 단상]
모처럼의 야식, 이게 뭣꼬?

11월 10일, 음력 시월 열나흗날

오늘은 어제 아침에 비해 2도쯤 오른 영하 4도라서
그런지 그다지 춥다는 느낌은 없다. 벌써 다가오는
추위에 적응이 된 것일까? 예보에 내일 새벽쯤에는
비소식이 있는데 혹시 밤새 내려가는 영하의 기온에
길바닥이 얼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이맘때쯤 밤으로
비가 내리면 영락없이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는데...

근래 아내는 많이 바빴다. 산골의 긴 겨울을 대비하여
장작준비, 김장담그기, 밭설거지 같은 많은 일을 했다.
그뿐만이 아니고 이런저런 일이 있어 마음도 아팠다.
아내의 성격상 뭔가에 집중을 해야만 빨리 잊을 수가
있으며, 마음도 빨리 안정이 된다면서 너무 무리하게
일을 하는 바람에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고집스러운
아내의 성격은 아무도 못말린다. 손목이 욱신거리고
허리가 아프다며 밤으로 끙끙 앓았다. "이 사람 마음
추스린다고 몸을 혹사하다니 참으로 미련 곰탱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며 걱정을 많이 했었다. 다행히 어제
아침에 많이 좋아졌다고 하면서 웃어 안심이 되었다.
일을 나가는데 먹고싶은 것이 있다면서 저녁에 일이
끝나면 전화를 달라고 했다. 궁금하여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짜장면!"이라고 하면서 웃는 것이 아닌가?
"뭐? ㅎㅎ 이 사람아! 호부 짜장면이 묵고 싶다꼬?"
"뭐라고, 호부가 무슨 말이야? 호부 짜장면도 있나?"
"이 사람, 40년을 넘게 함께 했는데 호부도 모리나?
호부는 고향 남해말로 "겨우, 기껏, 그것밖에"란 뜻의
경상도 사투리 아인가베! 하긴 모르기도 하겠다.ㅎ"
그래서 저녁에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읍내에
나가 중국집에서 찹쌀 탕수육, 메밀 짜장 세트메뉴로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고 들어왔다. 

집에 들어와 몇 시간 후에 아내가 "출출할텐데 뭐 좀
드실라요? 요새 이래저래 야식을 못해주었는데..."
간만에 야식을 해주겠다는 아내가 너무나 고마웠다.
"뭘 묵어야 잘 묵었다꼬 할꼬? 생각 쪼매 해보세나."
그러자 아내가 그동안에 해주었던 메뉴를 주섬주섬
여러가지를 챙겼지만 딱히 먹고싶은 것이 아니었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으니 면과 고기 종류는 제외,
먹어서 배부른 것도 제외, 인스턴트 음식도 제외하고
나니 막상 먹을 만한 것이 없다. "그렇게 까탈스럽게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고 하면 먹지말야지?"
란 아내의 말에 "그건 아이제! 해준다꼬 했시모 뭐든
해주어야제 무신 말이고?" 했더니, "그마 막내가 갖다
준 사과나 어제 막내 애기씨가 보내온 단감이나 하나
깎아먹지?"라고 했다. "과일은 소주 안주가 안되는데
뭐 다른 것 없을까?"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또 술을
마시겠다고? 어이구, 이 영감탱이야!"라고 하더니만
일어나 1층 주방으로 내려가며 "좀 있다 내려오소!"
라고 했다. 도대체 메뉴가 뭘까? 은근히 궁금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맛있게 나서 주방에 내려가보니 
묵은지를 쫑쫑 썰어넣고 김치부침개를 부치고 있었다.
"간장 쪼매 주라! 부침개는 간장에 찍어무야 맛있제!"
라고 했더니, "간장은 필요없을텐데... 하여간 아버님
아들 아니랄까봐 간장은 디기 좋아한다니까! 어이구!"
맞다! 아버지 생전의 밥상에는 간장종지가 꼭 있어야
했다. 기억하건데 어릴적 증조부님도 그러셨고, 또한
조부님도 그러셨다. 그 대를 이어 아버지도 그러셔서
이 촌부도 조상님들의 식습관을 이어받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간장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짜게 먹는다고 늘
아내가 주의를 주곤 하지만 소금 보다는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내의 걱정 때문에 많이
고치게 된 식습관이지만 그래도 간장을 꽤 좋아한다.

그런데 접시에 놓인 김치부침개는 달랑 한장뿐이다.
젓가락이 두 개가 놓여있는 걸로 봐서는 아내도 함께
먹을 것 같은데... "애걔걔, 여보! 이거 한 장 뿐이가?"
했더니, "두께를 보소. 한 장 뿐인가?"라고 하더니만
피자를 조각내며 쪼개듯이 칼로 자르는 것이 아닌가?
그걸 보는 순간, "이게 뭣꼬? 김치부침개 사이에 피자
치즈가 와 나오노?"라고 했다. "새삼스럽게 왜 이래?
얼마전에도 해줬더니 맛있다고 하며 잘만 먹더구만!"
"그랬었나? 하도 오랜만이라서 잊아 묵었삤는기라!"
맞다! 언젠가 아내가 김치부침개 한 장을 부쳐놓은 후
다음 장을 다 부쳐서 그 위에 피자치즈를 뿌린 다음에
부쳐놓은 부침개를 엎어 한 장으로 부쳐낸 것을 먹은
기억이 났다. 김치부침개와 피자를 한꺼번에 맛보는
것이라고 할까, 아님 동.서양 만남 부침개라고 할까?
하여간 아내가 정성들여 만든 아주, 너무, 무척 맛있는
모처럼의 야식이었다. 퓨전 김치부침개인데 이름을
뭘로 할까? 피자치즈를 품은 김치부침개라고 할까?ㅎ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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