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아내의 수고로 밭설거지 마무리
11월 9일, 음력 시월 열사흗날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서리가 하얗게 내렸으며
영하 6도의 기온으로 꽤나 춥게 시작이 되는 아침을
맞이한다. 이제 산골의 날씨는 겨울을 향해 달린다.
어제는 절기상으로 입동(立冬)이라서 그랬는지 제법
추웠다.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6도까지 곤두박질해
올가을 아니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옛부터 우리 선조들은 입동에 추우면 그 해 겨울은 꽤
추워진다고 했다. 설마 올겨울이 그렇지는 않으려나
모르겠다. 흔히들 겨울은 겨울답게 춥고 눈이 내려야
겨울이라고 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과거의 기후와
사뭇다른 요즘의 우리나라 기후이고 날씨이다. 특히
봄, 가을은 아주 짧고 여름은 엄청 덥고 겨울은 매우
춥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사계절의 변화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촌부가 살고있는 이곳 평창은 겨울이면 눈이 내리는
고장이라서 겨울 스포츠의 메카라고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지난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기도
했다. 어제 입동날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차가워지자 인근 휘닉스 평창 스키장에는 슬로프에
인공설을 뿌리기 시작했다. 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
뿌리는 눈이긴 하지만 눈을 보는 느낌이 남달랐다.
어느새 겨울이 왔구나! 머잖아 우리 마을 면온IC에서
부터 시작하여 스키장으로 올라가는 진입로 도로에는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고 몰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자동차 행렬이 이어지겠구나 싶다. 덩달아 진입로 양
옆에 있는 스키샵들도 긴 휴면의 시간을 마치고 문을
열어 북적거리겠지? 다음주 일요일인 11월 17일에
스키장을 오픈한다고 하니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어제 오후, 평소보다 조금 빨리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다. 하다가 남겨둔 밭설거지를 서둘러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져 촌부의 마음이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집으로 올라
오는 왼쪽에 있는 작은 밭에 멀칭비닐이 벗겨져 있어
큰 밭으로 가보았더니 그 밭에도 멀칭비닐이 모두 다
벗겨져 있고 밭가에는 벗겨놓은 것은 담아놓은 비닐
뭉치가 세 뭉치나 있는 것이 아닌가? 아주 깔끔하게
말끔히 치워진 밭을 보는 순간 촌부의 마음이 짠했다.
"아~ 이 사람이 그렇잖아도 허리도 아프고 손목까지
시큰거려 힘들다고 했는데 이 많은 일을 하다니..."
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들어왔더니 아내가
보이지않았다. "어디있노?" 했더니 2층에서 대답을
했다. "몇시인데 벌써 왔어? 밭일하고 씻는 참인데..."
조금 후 아내가 내려왔다. "밭일 하지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뭐한다꼬 저 많은 일을 해놨노?"
그저 아내는 씨익 웃기만 하더니 하는 말이 또 감동을
하게 만들었다. "당신이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
또 밭일을 하려면 많이 힘들잖아? 그래서 도와주려고
천천히 하다보니 밭설거지를 모두 다 해버렸네.ㅎㅎ"
더 이상 뭐라 할말 없어 아내를 바라보며 한마디했다.
"수고했네. 이젠 제발 그러지마! 그기 어데 아지매가
할 일이가? 그나저나 당신 허리하고 손목은 괜찮나?"
이렇게 올해의 밭설거지는 아내 혼자서 모두 끝냈다.
아내의 수고로움 덕분에 말이다. 이제 밭가에 놓아둔
멀칭비닐을 마을 공동수거장에 갖다놓으면 되고 또
밭에서 철거해놓은 농자재는 창고에 가져다 놓으면
마무리된다. 수고한 아내를 위해 커피를 끓이고 떡을
뎁혀 야식으로 대령을 했더니 커피맛이 영 아니라고
하면서 핀잔을 주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좋다면서
앞으로 커피 담당은 촌부더러 하란다. 맛없이 커피를
탔는데 그런대로 마실만 했던 모양이네. 농담이겠지?
그나저나 밤새 끙끙 앓는 소리가 났었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다. 파스를 붙여주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