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가을걷이 마무리, 밭설거지 시작
11월 7일, 음력 시월 열하룻날
24절기 중에서 열아홉 번째 드는 절기, 입동(立冬)이
내일이다. 글자 그대로를 해석하면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인데 절기보다 더 빠르게 겨울이 시작된 산골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영하의 기온에다 살얼음이 얼었으며,
이른 아침이면 까만색 슁글 지붕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찬서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내린다. 하지만 아직 가을
흔적은 남아있다. 노랗게 물든 낙엽송 잎파리는 이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좋은 계절,
가을이 너무 짧게 느껴지고 빨리 가버리는 것을 많이
아쉬워하는 촌부는 지금 시기를 두 계절의 공존이라고
표현을 한다. 가을은 좋지만 너무 짧은데 반해 산골의
겨울은 너무 길고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계절이라서
촌부는 벌써부터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가 보다.
입동 추위가 올 것이라는 예보에 몸보다 마음이 더욱
더 바빠진 산골 부부, 이제 어느 정도 힘든 일은 모두
해치웠는데 그래도 다가오는 계절에 늘 쫓기는 것만
같다. 어제 드디어 아내는 밭에서 거두는 가을걷이를
모두 다 마무리했다. 김장을 하며 밭에 두는 것이 더
싱싱할 것이라면서 조금씩 남겨두었던 배추와 대파를
뽑아 손질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올가을의 가을걷이를
끝낸 것이다. 깔끔하게 손질한 알배추와 대파는 오늘
용인에서 있을 가족모임에 가면서 가져가 아우들에게
나눠주려고 한다. 올해 산골 부부의 텃밭농사 마지막
나눔이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밭에서 기른
무우 몇 개씩, 고춧가루도 조금씩 싸놓았다. 작은 것
하나라도 함께 나누려고 하며 챙기는 아내의 따뜻한
그 마음은 형제의 마음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촌부의
언뜻 생각에는 친정엄마의 마음인 듯한 느낌이 들어
짠하다. 이제 장모님께서 연로하셔서 딸들에게 챙겨
주지를 못하시니 처제들은 소소한 것이라도 챙겨주는
맏언니인 아내를 친정엄마처럼 여기지 않을까 싶다.
가을걷이가 끝난 밭은 이제 밭설거지를 하여야 한다.
봄부터 지금까지 많은 농작물을 키워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내어준 밭에 대한 마지막 보답은 바로 깔끔하게
밭설거지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전날 촌부가 큰 밭
둘레에 야생동물 침입방지를 위해 지지대를 세워놓고
쳐놓은 그물망을 철거하는 사이에 아내는 고추밭에서
지지대를 뽑고 고추끈을 제거하며 고춧대를 뽑았다.
그물망 철거작업을 마친 촌부는 들깻대와 아욱꽃대를
낫으로 베어냈다. 다른 일정이 있어 고춧대 제거를 다
못하고 일을 마쳤는데 어제 아내가 혼자서 그 일을 다
마무리 했단다. 그렇잖아도 손목이 시큰거리고 허리가
아프다고 하여 걱정이 되어 제발 밭설거지 하는 일은
하지말고 그냥 놔두라고 신신당부하고 일을 나갔는데
굳이 혼자서 해치웠단다. 남편인 촌부의 일손을 덜어
주려고 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지만 무리하면서 까지
일을 하는 아내의 우직함은 늘 못마땅하다. 그렇지만
고마운 마음은 전해야 했다. "수고했네. 이 사람아!"
라고 하면서... 아내가 수고한 덕분에 이제 밭설거지는
큰 밭에 뽑고 베어놓은 고춧대와 들깻대, 아욱꽃대를
퇴비장으로 나르면 된다. 다음은 작은 밭가 그물망을
철거하고 큰 밭, 작은 밭의 멀칭비닐을 벗겨서 마을에
있는 공동수거장에 갖다놓고, 사용했던 농자재는 또
내년 봄까지 창고에 보관하면 밭설거지는 끝이 난다.
이렇게 또 한 해의 산골 부부 텃밭농사는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