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모처럼의 가족 나들이
10월 23일, 음력 구월 스무닷새날
어제 아침나절,
장작나르기를 하느라
장작집에서 장작을 쌓고 있었는데
"아버지! 저 왔습니다. 수고많으시네요?"
"어~ 누구야? 아들이네! 어쩐 일이냐?"
"할머니 모시고 나가서 점심이나 하려구요."
"그래, 잘 왔다.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오너라!"
"네! 인사드리고 일 도와드릴게요."
"아니다. 그냥 집에 있거라!"
"저 많은 장작을 언제 다 나르시려구요?"
"ㅎㅎ 걱정말거라! 시나브로 하면 되지 뭐!"
아들녀석의 깜짝 귀가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작업복을 갈아입은 아들이
나와 장작을 나르고 장작집에 쌓는 일을 도와주었다.
아내는 사나흘간 장작작업을 하느라 허리가 아파서
전날밤 고생을 하여 찜질팩으로 찜질을 하고 파스를
붙였지만 아침에도 힘들어 하여 결국 약을 먹었는데
아들녀석이 오자마자 괜찮아졌다면서 함께 나왔다.
아들녀석이 지엄마의 활력소이자 치료약이었나 보다.
제발 일할 생각일랑 말고 어서 들어가라고 하였다.
덩치 좋은 아들녀석과 함께 장작을 자동차로 나르고
쌓았더니 금새 장작집이 채워지는 것이었다. 아들은
마치 군복무시절의 사역하던 생각이 난다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도와주었다.
얼마후 11시반쯤,
하던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한 다음에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아들녀석 자동차에 올랐다. 대관령 너머
강릉으로 가족나들이를 나선 것이다. 늘 운전을 하던
촌부라서 조수석에 앉으니 이상했고, 조수석에 앉던
아내는 뒷좌석에 앉으니 너무 어색하다면서 웃었다.
가을날의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코발트색
청명한 하늘, 이따금씩 보이는 곱고 부드러운 구름도
너무나 정겹게 다가오고,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나무
잎파리의 단풍은 왜 그렇게 예쁘게 보이는 것인지...
"엄니! 집에만 계시다가 나오시니 어떠세요?"
"좋지, 너무 좋아! 듬직한 손주하고 나오니 좋네!"
이렇게 우리 가족은 대관령을 너머 강릉에 도착했다.
강릉에서 이름난 맛집이라는 중국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함께 먹을 찹쌀 탕수육을 시키고
장모님과 아들은 유니짜장을, 아내는 그 집의 대표격
메뉴 용짬뽕을, 촌부는 가장 비싼 황제짬뽕을 시켰다.
운전을 하지않고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 절호의
기회라서 이 좋은 음식에 술이 빠지면 되겠느냐면서
소주 한병을 시켜 낮술도 곁들였다. 이런 기회가 어디
흔한가? 정말 오랜만에 장모님을 모시고 아들과 함께
오붓하게, 즐겁게 식사를 하여 너무너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이곳은 아내와 함께 아주
가끔 들리곤 했던 커피거리가 있는 강릉의 명소이다.
파도가 철썩이는 파란 바다가 눈앞에 쫘악 펼쳐지고
갈매기 나는 모습이 정겹다. 백사장을 걷는 것 또한
섬놈 출신 촌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기도
했다. 걷기 불편한 장모님을 자리를 잡아 앉아계시게
하고 백사장을 걸었다. 먼저 앞서간 아내가 저만치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물 가까이 혼자 우두커니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가가
보니 울먹이며 훌쩍거리는 게 아닌가? 왜 그러냐고
묻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 얼마나 전에 세상을 등진
처남이 생각나서 그랬을 것이다. 아내를 다둑거려서
아들과 함께 사진 한 컷 찍은 다음 백사장을 나왔다.
해변가에 수없이 늘어서 있는 카페촌은 정말 멋지다.
이 많은 커피숍들은 과연 영업이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촌부의 그런 의문은
해변가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를 보면 그 의문은
자동적으로 풀리게 된다. 평일인데도 빈곳이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그 중 한 카페 2층 창가에 자리잡고
앉았다. 향긋한 커피도 커피지만 2층 창문을 통하여
바라보이는 백사장과 철썩이는 푸른 바다와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파란 하늘의 절묘한 조화로움을
보는 것은 더 큰 즐거움이었다.
경포대 해변을 갈까, 주문진 어시장을 들려서 올까,
아님 강릉 중앙시장에서 생선회를 떠가지고 올까를
망설이다가 다음 기회에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대관령의 단풍을 자동차속에서 감상하면서
돌아오는 느낌도 좋았다. 마침 봉평 5일장날이라서
장구경이나 하고 가족 나들이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도시에서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다니는 아들에게는
또다른 볼거리였을 것이다. 연로하신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걷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 듬직해 보여 흐믓했다.
집에 들어와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친 아들은 정선에
있는 친구를 잠시 만나고 올라간다고 하여 보냈는데
밤 11시가 넘어 집에 잘 도착했다며 전화를 하였다.
이렇게 잠시잠깐의 아주 짧은 가족 나들이긴 했지만
우리 부부의 산골살이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것 같다.
조금의 아쉬움이라면 아들녀석이 옆에 지엄마같은
예쁜 여자 사람과 함께 왔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였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