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우와~ 장작더미가 산더미 같네!
10월 20일, 음력 구월 스무이튿날
드디어 죽데기를 잘라 장작 만드는 일을 모두 마쳤다.
촌부와 아내가 했더라면 몇 날 몇 일이 걸렸을지 모를
일이다. 어제 마을의 형님이 오셔서 하루에 그 많았던
죽데기를 모두 다 잘라 장작으로 변신을 시켜놓았다.
역시 이런 나무일을 해보신 분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엔진톱을 다루는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는가를 아시는 것
같다. 먼저 작업대 두 개를 거꾸로 뒤집어놓고 그 위에
죽데기를 차곡차곡 쌓은 다음 한꺼번에 엔진톱으로
자르는 방법이었다. 죽데기가 가벼워 혼자서 하기는
위험하여 촌부가 옆에서 붙잡는 일을 돕기는 하였다.
금방 잘려나가 장작이 된 토막은 아내가 한쪽 옆으로
치우는 일을 도왔다. 셋이서 이런 방법으로 하다보니
결국 장작자르기 작업은 하루만에 끝이 났다. 진작에
형님을 불렀으면 생고생을 안해도 되었을텐데 말이다.
촌부가 욕심이 과하기는 과했던 것 같다. 죽데기를 다
잘라서 앃아놓고 보니 산더미처럼 많다. 형님이 하신
말씀, "이걸 올해 땐다고? 2년치 땔감은 되겠는데..."
아마 그럴 것 같다. 종일토록 수고하신 마을 형님께
너무나 감사했다. 감사한 마음에 형수님과 식사라도
한번 하시라고 수고비를 봉투에 조금 넣어 드렸더니
극구 사양하시는 것을 억지로 드렸다. 그래야 촌부도
아내도 마음이 좀 가벼울 것 같아서 그랬는데 형님은
"이럴려고 온 것이 아닌데...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왔는데 봉투까지 받으면 말이 아닌데..."라고 하시며
오히려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고 가셨다. 이 형님이
바로 이곳 우리 단지에서 태어나 살다가 골말로 이주
하여 사는 분이다. 그래서 우리를 만나면 하는 늘 말,
"아우네 집이 내고향이여!"라고...
이제 남은 일은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장작을 집으로
옮기는 일이 또 남았다. 자르는 큰 작업은 끝났으니
서두르지않고 시나브로 하려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장작만들기 작업을 하고나서 그런지 온몸이 쑤신다.
전날 몸살 기운까지 있어서 아내가 챙겨준 약을 먹고
잤더니 오늘 아침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아내
또한 많이 힘들었을텐데 괜찮은지 모르겠다. 너무나
피곤하여 곯아떨어져 아내를 챙기지도 못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무슨 일이든지 제대로 예측을 해야
하고, 욕심을 내지말아야 하며, 순리대로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P.S:
어제 아침 너무 바빠서 써놓고 올리지 못한 일기를
첨부해본다. 촌부의 기록인지라 빠지면 서운하여...
[촌부의 단상]
나무가 왜 이렇게 많은 것이야?
10월 19일, 음력 구월 스무하룻날
오늘로 닷새간의 휴가는 끝이 난다. 짧은 시간을 쪼개
겨울 채비도 하고 한 이틀 아내와 바람을 쐬러 여행을
다녀오려고 계획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은 일에 치여
허사가 되고 말았다. 아내와 함께 사흘동안 죽데기를
잘라서 장작을 만드는 일을 했더니 둘 다 지쳐버렸다.
하루는 다른 일을 보고 장작집을 짓느라 허비하였다.
어제 오후 일을 하면서 영 몸상태가 시원찮더니 아마
간밤에 끙끙 앓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내는 이래선
안된다며 제발 인부를 사서 나무를 자르자고 하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직도 3/4이나 남은 죽데기를
자르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만 같다. 그냥 시나브로
우리가 하자고 했으나 아내는 이러다가 사람잡겠다며
인부를 수배하여 자르는 것이 서로 좋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마을에 이 일을 할만한 사람이 있을까 몰라서
몇 분께 전화를 드렸으나 다들 할 수는 있지만 오늘은
시간이 나지가 않는다고 했다. 혹시나 하고 그 옛날
우리집 자리에서 태어나 자랐다며 늘 우리 세 동서를
친아우처럼 잘 대해주시고 서로 좋아하며 잘 지내는
골말에 사는 형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요즘 일은 하지
않고 놀고 계신다며 흔쾌히 건너오셔서 해주시겠다고
하신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스럽다. 그 형님은 온갖
연장을 잘 다루시는 분이라서 촌부보다 일이 빠르게
끝낼 것 같다. 하는 수가 없이 이렇게 나무를 자르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제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어제는 전날 죽데기에서 쓸만한 목재를 골라서 새로
만든 장작집을 마무리했다. 아내와 둘이서 이런저런
방법을 총동원해 지었는데 그런대로 잘 지은 것 같다.
비닐 천막으로 지붕을 씌워놓은 다음 그 위에 납작한
목재를 얹고 비닐끈으로 양옆을 묶어놓았다. 겨울날
눈보라가 치면 지붕이 날아가는 걸 방지하게 하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더니 괜찮아 보인다. 아주 오래전
시골에 살 던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짚으로 초가지붕
이는 것을 봤던 기억을 되살려 본 것인데 그럴 듯하다.
임시 장작집이 아니고 몇 해를 사용해도 될 것만 같다.
정말 만드는 재주가 없는 촌부인데 마무리를 해놓고
혼자 흐믓해 하는 모습을 본 아내가 피식 웃으며 하는
말, "아버님이 보셨더라면 웃긴다고 하셨을거야?ㅎ"
라고 했다. 생전에 집을 짓는 건축일을 하셨던 아버님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아버님을 닮았다면 손재주가
좋았을텐데 그런 재주는 촌부에게 물려주시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내 재주에 잘 만든 것 아닌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