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임시로 지은 장작집, 그럴 듯하네!
10월 17일, 음력 구월 열아흐렛날
이틀을 장작만들기 하느라 많이 힘들어 지친 아내가
"오늘은 일을 하지말고 하루 쉬면 안될까? 보건소에
가서 독감 예방접종도 해야하고, 장날이라서 장에도
좀 나갔다 왔으면 좋겠는데... 참, 막내네가 예방접종
하러 다녀간다고 했으니 점심이나 함께 먹읍시다."
라고 했다. "그러세! 사다놓은 나무가 어디가는가?"
라고 대답했다. 아내가 오죽 힘들었으면 쉬자는 말을
했을까? 그래, 너무 무리는 하지말자! 쉬엄쉬엄 하자!
그런데 이른 아침 뒷산을 다녀오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쉬자고는 했지만 시간이 남을 것 같았다. 남는
시간은 무엇으로 떼우면 될까? 죽데기를 잘라서 장작
만드는 일은 하지않는다 하더라도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쉬자니까 또 다른 일을 만든다고
아내에 한 소리를 듣겠지 싶었다. 장작만들기 보다는
훨씬 수월한 일이라고 하면서 아내를 설득해야겠지?
이렇게 혼자 머리속으로 현관옆 꽃대를 정리하고 그
자리에 임시 장작집을 만드는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집에 오자마자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구상했던 계획을
설명했다. 그런데 아내는 흔쾌히 그러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좋은 생각이우! 그 정도 일이야 해도 되지!"
"괜시리 혼자 걱정을 해잖아! 일을 만든다고 핀잔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ㅎㅎ"이라고 대답했더니,
"이 영감탱이가... 누구를 악처로 만드는거야? 자기가
소크라테스인줄 아나봐?ㅎㅎ"
아침 식사를 마치고 비닐봉지 하나를 챙겨 곧장 밖에
나왔다. 우선 스키폴대를 박고 비닐끈으로 유인줄을
쳐놓은 것에 주렁주렁 매달린 더덕 씨앗을 모두 땄다.
조금 이른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햇볕에 잘 말리면
내년봄에 더덕 번식을 위한 씨앗뿌리기는 될 같았다.
그 다음은 유인줄을 걷어내고 스키폴대를 뽑아냈다.
이어 낫을 들고 꽃대와 덩굴을 베어내어 퇴비장으로
몽땅 보냈다. 그 자리는 해마다 임시 장작집을 만들어
사용했던 곳인데 올해는 조금 빨리 준비를 한 것이다.
시간반쯤 지났을까? 아내가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하고 읍내에 나가 장을 보고있으면 막내네와 약속한
음식점으로 오기로 했다면서 일을 중단하고 나가자고
했다. 나머지는 다녀와서 하기로 하고 마쳤다.
보건소에서 장모님과 아내는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
그리고 봉평 오일장에 나가 장을 봤다. 단골 가게에
들려 고들빼기도 조금 샀다. 해마다 담그는 맛김치,
촌부가 무척 좋아하는 고들빼기 김치를 담가준다고...
그리고 조금후 장골목우 주차장에 영주에서 올라온
막내네가 도착했다. 모처럼 장모님은 두 딸과 함께
장을 보느라 무척이나 좋았을 것 같다. 둘째가 빠지긴
했지만... 문득 옛날에 세 모녀가 함께 장에 다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참 보기가 좋았던 오래된 추억이다.
간만에 함께 식사를 하고 집에 왔다. 막내네가 사과와
사과즙을 잔뜩 가지고 왔다. 햅사과가 정말로 맛있다.
바빠서 이내 간다는 막내네에게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이것저것 챙겨보내려고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이 마치
친정집에 왔다가는 딸내미에게 바리바리 챙겨주려는
친정엄마 그 모습처럼 보였다. 그 모습도 보기좋았다.
막내네를 배웅하고 임시 장작집 짓는 일을 시작했다.
죽데기 중에 목재로 쓸만한 것을 골라서 집부근으로
어깨에 매고 날랐다. 원형톱은 무거워 곡괭이와 삽과
함께 손수레에 싣고 올라왔다. 촌부의 머리속에 있는
밑그림대로 나무를 잘랐다. 그리고 곡괭이와 삽으로
기둥을 세울 자리를 파고 길다랗게 잘라놓은 기둥을
세 개 세웠다. 그리고 건너편 축대위에 반 토막짜리의
커다란 통나무를 놓고 지붕 지지대로 쓸 나무를 잘라
못을 박으려고 보니 집에 있는 것은 짧아서 안맞는다.
부랴부랴 장평에 나가서 못을 사왔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 드릴로 못을 박으려고 들이댔는데 이를 어쩌나?
이번에는 드릴이 말썽이다.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또다시 자동차를 타고 마을 아우네에 달려가 드릴을
빌려왔다. 마을 아우네 것은 묵직한 것이 좋은 것이라
아주 말을 잘 듣는다. 이참에 성능이 좋은 드릴 하나를
장만해야 할 것만 같다. 우여곡절끝에 임시 장작집을
후다닥 지었다. 좀 엉성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그럴
듯하다. 이제 지붕에 비닐천막을 씌우고 바닥을 깔아
놓으면 겨울을 나게 될 장작집으로 손색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