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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1013_4.jpg : 촌부의 단상-촌부네 가을 채소는...IMG_20191013_3.jpg : 촌부의 단상-촌부네 가을 채소는...IMG_20191013_2.jpg : 촌부의 단상-촌부네 가을 채소는...IMG_20191013_1.jpg : 촌부의 단상-촌부네 가을 채소는...[촌부의 단상]
촌부네 가을 채소는...

10월 13일, 음력 구월 열닷새날

허허~ 계수나무 잎파리가 노랗게 물이 들어가는구나!
하기사 10월도 중순이고 며칠전에는 영하의 기온에
첫 서리가 내리고 첫 얼음이 얼었으니 계절의 순서가
어찌된 영문인지 오던 가을마저 겨울이란 계절에게
추월을 당할 뻔했었다. 그러니 이 산골의 모든 식물은
물론이고 더불어 함께 사는 촌부의 마음도 바쁘기는
매 한 가지이다. 계수나무 잎파리가 물들어서 노랗게
되면 가을도 깊어가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단풍든
잎파리 전체를 볼 수 없다. 심술궂은 바람 때문인지
차가운 이슬 때문인지 아님 서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꼭데기부터 물이 들어 내려오는데 밑부분에 물이 들
무렵이면 그새 윗부분의 단풍진 노란 잎파리는 땅에
떨어져 바람에 나뉭굴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살피다
보니 이런 현상, 이런 모습이 눈에 띄어 알게 되었다.
촌부는 식물학자가 아니기에 왜 그런지는 잘 모른다.
그저 가을이기에 보게 되고, 가을이라서 느끼게 되는
자연현상인 것이다.

가을은 또다른 모습에서도 보이고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밭에서 자라는 가을 채소들의 모습이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가을 채소들이 잘 자라고 아마
풍성한 수확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즐거운 일이고
농사를 짓는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서 흐믓하다.
몇 해 전부터 이상하게 배추농사는 제구실을 못했다.
농약 살포를 하지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뿌리에 혹이
생겨 성장을 못하고 시들어 버리는가 하면 자라기는
하는데 고갱이가 앉지않고 시들시들 하다가 녹아서
못쓰게 되는 것이었다. 농삿꾼인 마을 아우에게 물어
봤더니 흙속에 몹쓸 병균이 있어 그러니 밭갈이 전에
토양살충제를 꼭 뿌리라고 했다. 농약은 절대 뿌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채소에 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으니 헛고생을 하지말고 제발 뿌리라고 하였다.
그래서 지난 초봄에 밭갈이를 하기전에 퇴비와 함께
조금 뿌렸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배추농사가 아무 탈
없이 잘 된 것 아닌가 싶다. 지금 결구(結球)가 앉기
시작하는 배추가 다 잘 자라준다면 올해 김장 배추는
우리가 기른 것으로 자급자족을 하게 될 것 같다면서
아내가 너무 좋아한다. 비록 농부님들이 기른 것처럼
통이 크지는 않지만 우리가 손수 기른 것이라서 너무
기분이 좋고 흐믓하다며 싱글벙글이다.

배추뿐만 아니라 올해는 무우농사도 나름대로 정성을
쏟았더니 잘 된 것 같다. 지난해에는 배추는 물론이고
무우농사까지 망쳤었다. 큰 것이 겨우 총각무보다도
조금 큰 정도였으니 농사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라
무우다운 무우는 없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아주
엉망이 되어버린 가을채소 농사였다. 우리 부부가 둘
다 좋아하는 무청시래기도 제대로 말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첫 번째 씨앗뿌린 것이 싹이 트지않아
시기가 늦은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면서 두 번씩이나
씨앗을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자라주어 너무
고맙고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뿌리도 튼실하고
무청도 짙은 녹색에 너무 싱싱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시중에서 파는 것 만큼의 크기는 아닐지라도 이 정도
크기라면 우리의 김장용 무우로 충분할 것 같고, 또한
무청도 시래기로 제법 말릴 수가 있을 것 같다.

또 한 가지가 더 있다. 청갓이다. 청갓은 몇 해를 줄곧
심었으나 제대로 기른 적이 없었다. 재배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그저 흩뿌리기를 하면 되는 줄로만 알았다.
올해는 줄뿌리기로 조금 공간을 두고 씨앗을 뿌렸다.
그랬더니 너무 잘 자라는 것이 아닌가? 올해는 너무
크게 자라 오히려 너무 일찍 심은 것이 아닌가 싶다.
청갓은 많이 심지는 않지만 올해 처음 잘 기른 것이다.
그런데 쪽파농사는 촌부의 무지로 인해 완전히 망친
것 같다. 한 쪽씩 쪼개고 윗부분을 자른 다음 심어야
했는데 욕심이 과하여 한 무더기씩 심었으니 쪽파가
아니고 거의 굵은 부추 수준이다. 실파라고나 할까?
올해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내년부터는 제대로 심어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지난 봄에 심은 대파가
아직까지 튼실하게 밭에 서 있으니 다행이구나 싶다.
이래저래 전반적으로 가을 채소 농사는 괜찮게 지어
뿌듯하고 흐믓하고 기쁘고 즐겁다. 산골 부부의 이런
기분은 산골살이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 아니겠는가?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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