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아이고~ 삭신이야!
10월 9일, 음력 구월 열하룻날, 한글날
가을날의 첫 한파주의보
이른 아침, 수은주가 곤두박질하여 기온이 영하 2도...
가을을 채 느끼기도 전에, 단풍을 감상하기도 전인데
한파가 닥치다니 괜시리 몸도 마음도 덩달아서 춥다.
게으른 촌부 아직 월동준비도 제대로 못했는데 말이다.
첫 서리가 내리고, 첫 영하의 기온, 첫 얼음이 얼었다.
아무래도 겨울채비, 월동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나눔을 위하여...
"아이고~ 삭신이야!"
"이제는 늙어서 그렇지 뭐..."
이 대화는 어젯밤 늦게까지 카페안에서 아내와 함께
일을 마치고 올라와서 피곤이 엄습하여 했던 말이다.
첫 한파주의보기 내리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는
예보에 어제 늦은 오후 아내와 함께 부랴부랴 밭에서
고추를 모두 땄다. 그냥 그대로 두어 서리를 맞게되면
추위에 약한 고추는 다른 농작물과는 달라 한순간에
모두 다 못쓰게 된다. 빨갛게 익은 고추부터 이제 막
약이 오르는 파란 고추까지 모두 따느라 서너 시간을
꼬박 밭에 서있었다. 촌부가 해마다 겪으며 해왔었던
일인데 일을 너무 얕잡아 봐서 그랬는지 시간 예측을
잘못하여 해가 서산으로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은 그
시간이 지나 하는 수없이 후레쉬로 불을 밝혀가면서
끝물 고추따기를 하였다. 알면서 밭에 그냥 세워두고
서리를 맞혀 못쓰게 한다는 것은 비록 텃밭농사 짓는
촌부지만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그럴 순 없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고 체면은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이고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않는 일이라서 후레쉬까지 밝혀
가며 힘들게 끝물 고추를 모두 딴 것이다.
따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어둠속에서 따느라 잎도,
가지도 막 섞여있어서 다듬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다.
손수레로 가득 두 번을 날랐으니 그 양이 적지않았다.
우리가 먹기에는 너무 많다. 아내와 함께 늦은 밤까지
하나하나 일일이 손질을 하였다. 그리고 몇몇 분들께
택배로 보내드리려고 택배작업을 해놓았다. 나머지는
농사를 짓지않는 함께 일하는 분들과 나눔을 하려고
한다. 아내와 촌부의 마음은 더 많은 분들과 나누면
좋긴 하겠지만 그 정도 양이 못돼 못드리는 분들께는
죄송스럽다. 고추 손질을 하며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힘은 들었지만 이렇게 손질을 하여 필요한 분들께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지? 우리 고추는 농약을
전혀 치지않은 완전 무농약, 완전 무공해, 청정 고추
잖아! 그래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뿌듯하네.ㅎㅎ"
피곤에 쩔어있으면서도 흐믓한 모습으로 미소를 짓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가 좋아서 함께 웃었다.
이런 것이 산골살이의 맛이고, 산골살이의 멋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