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산골살이 소소한 일들...
10월 2일, 음력 구월 초나흗날
또 태풍이 몰려오고 있단다.
강한 바람을 몰고 많은 비를 머금고 온다니 걱정이다.
올해는 유난히 태풍이 많이 온다. 특히 여름, 가을에...
이번 태풍까지 합치면 60년만의 기록이라고 한다.
하늘의 뜻이며 자연현상인지라 우리가 어쩔 도리는
없지만 농사짓는 사람은 물론이고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시기에 몰아닥치는 태풍이나 바람이나
비는 정말 싫은 것이다. 피해가 적으면 좋겠고 그냥
피해없이 조용히 지나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인데...
비를 반기는 것은 아마 가을채소 녀석들 아닐까 싶다.
한동안 눈길, 손길을 주지도 않았는데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 배추는 이제 결구가 앉기 시작했고, 무우는
뿌리가 제법 많이 자랐다. 청갓은 너무 일찍 심은 것
같다. 엄청 풍성하게 잘 자라 오히려 너무 자랄까봐서
걱정을 하게 된다. 쪽파는 아무래도 심는 방법이 좀
미숙하였던 것 같다. 거의 실파나 부추 수준이니 원...
올해는 우리가 심은 가을채소로 김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스럽고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어제 아침 일을 나가면서 아내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나갔다. "시간이 되면 남아있는 줄콩 좀 따시게나!"
그랬는데 일을 마치고 집에 왔더니 줄콩을 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밭설거지까지 모두 다 끝내고 걷어놓은
넝쿨을 손수레에 가득 실어놓았다. 약 50m 가량이
넘는 길이에 고추끈으로 유인줄을 묶어놓은 것이라서
밭설거지를 하느라 반나절이 넘게 서서 일을 했단다.
꽤나 힘들었을텐데 말이다. "콩만 따라고 했지 누가
밭설거까지 하라고 했는가 이 사람아!"라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수고했다는 말을 먼저 했었야 했는데
괜시리 아내가 고생한 것을 보고 화부터 냈으니 원...
이놈 촌부는 어쩔 수가 없는 보리문디 성질인갑다!ㅎ
아내가 걷어놓은 줄콩 넝쿨을 퇴비장에 내다버리고
다시 밭에 들어와 애호박 네 개를 땄다. 아마 이것이
거의 올해의 마지막 애호박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정말 많이 따서 우리도 먹었고 나눔도 했었는데 막상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 "이런 생각도 과한
촌부의 욕심이겠지?"라고 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은...
"욕심은 버리고 살자구요. 모든 문제는 바로 욕심에서
비롯이 된다고 하지않습디까?" 아내 말을 듣는 순간,
옛날 코미디 대사가 생각났다. "옴매, 기죽어!"ㅎㅎ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머금은 태풍이 몰려온다 하여
엊그제 사다놓은 땔감용 죽데기 더미에 비닐천막으로
비설거지를 해놓았다. 사다놓고 자르지도 못했는데
비를 맞힐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배가 많은 4뭉치를 사왔다. 원형톱이나 전기톱으로
장작을 만들어야 하는데 태풍으로 인해 비가 온다고
하니 뒤로 미뤄야겠다. 다 자르려면 며칠은 걸릴테지?
촌부가 늘 즐기던 야식을 정말이지 참 오랜만에 했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인하여 야식을 할 생각을 못한
것인데 이제 아내가 마음을 추스리고 조금 안정이 된
것인지 저녁에 촌부가 좋아하는 닭날개로 간장양념
조림하여 술 한잔을 하라면서 술상을 봐놓고 불렀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것이라서 순간 놀라고 말았다.
"그래, 이런 것이 행복이야! 행복이 뭐 별 것인가?"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게 뭐여? 고맙네!"라고
너스레를 떨며 맛있게 한잔했다. 술을 못하는 아내는
맛있게 먹는 영감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