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잣이로구나! 잣, 잣, 잣...
9월 17일, 음력 팔월 열아흐렛날
헉? 벌써 이른 아침의 기온이 6도까지 떨어지다니...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보다 기나긴 산골의 겨울이
다가온다는 공포가 촌부의 마음에 먼저 자리를 하는
느낌이 드는 아침이다. 아직 겨울동안 난롯불을 지필
땔감 준비도 못했는데... "모르겠다! 산에나 가자!"
하고 뒷산으로 행했다. 어둠이 걷히기도 전인데...
오늘 음력 8월 19일은 집에서 쇠는 촌부의 생일이다.
지난 추석에 식구들이 다 모였을 때 이미 생일 파티를
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장모님 모시고 아침밥이나
함께 먹고 넘어가기로 했는데 아내가 깜짝쇼를 벌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뭐 거창하거나 큰 일을 벌인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커다란 아내의 정성이 느껴져서 잠시
울컥했다. 새벽녘에 잠을 자다말고 슬그머니 나가더니
아랫층에 있는 주방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결에 "이 새벽에 뭘 하느라 저러고 있을까?"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일어나서 내려와보니... 주방 아일랜드
식탁위에 찹쌀수수팥떡과 쇠고기무국이 놓여있는 게
아닌가? 남편 생일이라고 그 새벽에 일어나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그냥 혼자 우두커니 서서 아내
정성과 사랑에 감사한 마음이 솟구쳐 올라 울컥했다.
그저 마음속으로 "당신의 사랑에 고맙소!"라고 하며...
어제, 오늘 이른 아침 뒷산으로 아침 산행을 다녀왔다.
솔직히 말하면 운동삼아 다녀온 산행이 아니고 욕심을
채우러 다녀온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견물생심
(見物生心)이라 했던가? 지난 추석명절에 다니러 온
아우들과 조카 딸내미가 뒷산에 잣을 주우러 갔는데
몇 개를 줍지못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어제 아침,
그리고 오늘 아침 배낭을 매고 뒷산의 잣나무숲으로
잣송이를 주우러 다녀온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에는
잣송이을 찾아다니곤 한다. 올해는 여느해에 비하여
며칠 늦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첫 수확(?)이 꽤
쏠쏠하다. 이틀 동안 배낭으로 하나 가득 채워왔으니
말이다. 사실 잣송이는 청설모가 따서 풀섶에 떨구어
놓은 것을 주워오는 것이다. 청설모 덕분에 잣을 줍는
것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청설모의 먹이를 슬쩍 훔쳐
오는 것처럼 생각되어 좀 미안한 마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 높은 잣나무에 올라가 딸 수가
없으니 청설모의 도움(?), 청설모의 배려(?)에 의존을
하는 수밖에... 이렇게 시나브로 주워다 모은 잣송이는
많으면 읍내 건강원에 내다팔아 용돈벌이도 하게 되고
잘 말려서 몇 단계를 거치는 손질을 하게 되면 백잣이
되어 우리식구도 먹고 아우들, 친구, 친지들과 조금씩
나누게 될 뿐만이 아니라 잣송이를 줍느라 산을 올라
헤매고 다니면 덤으로 운동이 되니까 이런 것을 두고
일거다득(一擧多得)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