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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910_10.jpg : 촌부의 단상-허허~ 이놈들 보게?IMG_20190910_4.jpg : 촌부의 단상-허허~ 이놈들 보게?IMG_20190910_3.jpg : 촌부의 단상-허허~ 이놈들 보게?IMG_20190910_2.jpg : 촌부의 단상-허허~ 이놈들 보게?IMG_20190910_1.jpg : 촌부의 단상-허허~ 이놈들 보게?[촌부의 단상]
허허~ 이놈들 보게?

9월 10일, 음력 팔월 열이튿날
이제 오늘을 제외하고 사흘앞으로 민족의 大 명절인
한가위 추석이 다가와도 여느해와 달리 별다른 감흥이
없다. 도시에서 아들 녀석이 올 것이고 조카 딸내미를
비롯한 산골식구들이 명절 쇠러 오게 되지만 여느해
명절처럼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지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들 마음이 좀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이라서...
오늘도 또 가을 장맛비가 추적거리는 아침을 맞는다.
아내는 일어나자마자 "또 비오는 겨? 어휴~ 지겨워!"
라며 곧장 고추를 말리고 있는 가정용 건조기 리큅이
있는 식탁으로 가더니 상태를 살핀다. 잘 마른 고추를
골라내 채반에 옮겨 담으며 "가슬가슬 잘 말려졌네!"
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가을 장마 덕분(?)에 집안에서
시나브로 리큅으로 말린 고추가 제법 된다. 연일 이어
지는 가을 장맛비에 고추를 어떻게 말릴까 걱정을 꽤
많이 했었는데 그나마 이렇게라도 말릴 수가 있으니
다행이다. 비가 안오는 사이 또 지난번 만큼 고추를
따서 카페에 널어놓고 검은 그물망을 덮어 놓았는데
또다시 은박돗자리를 펴놓고 하나하나 줄을 세우듯이
널어놓았다. 저렇게 쪼그리고 고추를 널고 있는 아내
모습을 보면 열정보다 깔끔한 성격이 보이는 것 같다.
아직도 밭에 더 딸 것이 남아있으니 이 정도면 올해는
충분히 자급자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을 장맛비
때문에 태양초로 말릴 것이라는 생각을 접긴 했지만
지난 봄날부터 야무지고 다부지게 결심을 다지더니
산골 아낙의 올해 고추농사는 성공작이라 해야겠지?

비내리는 아침, 우산을 바쳐들고 밭으로 항했다. 아마
이 가을 장맛비를 반기는 것은 가을 채소들일 것이다.
무우도, 청갓도, 쪽파도 꽤 많이 자랐다. 열무는 이미
뽑아서 물김치를 담가 맛있게 먹고 있다. 추석에 오는
식구들을 위해 잘 보관해놓았단다. 지난 토요일(9/7)
부터 개최되고 있는 효석문화제(봉평 메밀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읍내에 구경도 할겸 나가 열무씨앗을 더
사다가 뿌려야겠다. 가을 채소들 중에서 배추가 가장
예쁘게 잘 자란다. 오늘 아침 밭에 나가봤더니 구멍이
숭숭 뚫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쪼그리고 앉아 살펴
봤더니 메뚜기, 방아깨비, 여치와 같은 풀벌레들이 총
출동을 하여 배춧잎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허~ 이놈들 보게? 우리가 먹을 걸 먼저 먹고 있네!
잡을까? 쫓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놔두었다. 지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는가? 이 자연, 이 산골에서 함께
사는 생명체들이니 아무리 약육강식이라고는 하여도
녀석들을 잡아서 죽이거나 쫓을 생각은 접기로 했다.
보시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거창한 표현이지만 쫓아
내지도 않고 잡지도 않고 그냥 먹게 그대로 두었으니
보시했다고 하는 것은 과한 표현은 아닐테지?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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