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벌개미취꽃이 피는 언덕배기
8월 30일, 음력 팔월 초하룻날
세월 참 빠르다. 보름이 지나면 한가위 추석 명절이네.
가는 것이 세월이라면 오는 것은 조바심뿐이로구나!
에고~ 이놈의 조바심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필시 이놈 촌부의 허둥대고 바둥대는 조바심은 어머님
뱃속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가 아닌가 싶은데... 이제는
그 어머님께서도 세상에 계시질 않으시니 여쭤볼 수도
없는 노릇이구나! 좋게 보면 부지런한 것이요, 거꾸로
보면 지랄같은 성격일테니 어쩌겠는가? 타고난 성격,
타고난 버릇이라고 생각을 하는 수밖에...
추석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이제 산골은 서서히 가을
모습이 눈에 띈다. 맞다! 촌부의 조바심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혀주는 것은 꽃이다. 특히 좋아하는 야생화들...
아주 오래전 이 산골에 터전을 일구면서 벌개미취를
심었다. 그 벌개미취가 해마다 번식을 하여 여기저기
옮겨심은 기억이 새롭다. 어느해에는 씨앗을 받아서
뿌렸고 또 어느해 봄날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우의를 뒤집어쓰고 군락을 이룬 꽃밭에서 드문드문
솎아내 다른 곳으로 옮겨심느라 몸살이 나기도 했다.
다 지나간 추억 한 토막이 되었다. 이젠 나이가 들어
그런지 게을러서 그런지 그런 일을 하기가 싫어졌다.
그저 그 자리에 씨앗이 퍼지거나 말거나, 뿌리번식을
하거나 말거나 그저 있는 그대로, 꽃이 피는 그대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하여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야생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식을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젠 어느 정도 번식이 되어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며 매달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마 이 또한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인데...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고 더불어 나이가 들어가며
마음이나 생각은 있으되 몸이 예전처럼 잘 따라주지
않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정신 수양이 덜 된 것일까?
문득 벌개미취 꽃말이 떠올라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려
보며 반성을 하게 된다. '청초, 너를 잊지 않으리' 라는
꽃말이 참 잘 어울리는 벌개미취꽃이란 생각과 함께...
그 언젠가 오래전
나는 '청초'한 모습의 그대를 만났었네.
예쁘다고 하는 표현보다
사랑스럽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 그대였지.
긴 세월 좋아하고 또 사랑했는데
근래는 뭐가 엇나가고 빗나가 본체만체 했던 걸까?
그러던지 말던지
한결같이 방끗 웃어주는 그대가 고맙고 미안하다.
슬며시 그대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여 주련다.
'너를 잊지 않으리'라고, 어찌 잊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