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벌써 처서(處暑)라고?
8월 23일, 음력 칠월 스무사흗날, 처서(處暑)
올여름은 지난해 여름과는 사뭇 다르게 잘 지나가는
것 같다. 지난해 여름에는 더위에 관한 온갖 수식어가
연일 뉴스에 도배를 했었는데 올여름에는 그런 말을
별로 접하지 못한 것 같다. 다행이라고 여기면서도 왜
그런 수식어가 생각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복에 겨워
그런 것은 결코 아닌데... 최상, 최고, 사상 유래없는,
최악이라느니 하는 말은 물론이거니와 가마솥 더위,
찜통 더위, 불볕 더위, 살인 더위란 말도 등장을 하지
않고 지나가 주었으니 하늘에 감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24절기 중 열네 번째로 드는 절기, 처서이다.
일교차가 점점 커지게 되면서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다가오는 계절, 바로 그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낱말 자체를 풀이를 한다면
더위가 멈춘다는 뜻에서 처서(멈출 處, 더위 暑)라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절기마다 재밌고 해학적인
속담이 전해오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옛 사람들의
재치와 지혜가 엿보인다. 자연현상을 어떻게 자세히도
살펴서 그런 기막힌 말을 만들어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라고
하여 한여름에 기승을 부리던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더위가 한 풀 꺾여 모기의 극성도 점차 사라진다 하여
이런 속담을 만들었다니 기발한 생각이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옛 말은 틀린 것이 없다고 했던가?
요즘 산골은 아침에는 온갖 새들의 합창 소리와 함께
시작을 하고, 낮으로는 아직까지 매미들의 요란스런
울음 소리가 귀를 시끄럽게 하며, 밤이 되면 풀벌레들
우는 소리가 들린다. 가을이 시작되는 이맘때가 되면
풀벌레들이 우는 이유는 무엇이며, 무슨 슬픈 사연이
있길래 저마다의 특이한 울음 소리로 울어대는 걸까?
곤충들의 세계를 어떻게 알까마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자료를 찾아봐도 왜 그러는 것인지는 없다.
그냥 풀벌레들의 우는 소리가 들리면 가을이 왔구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어디에선가 읽었는데
어떤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풀벌레는 여러가지 형태로
운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풀벌레는 목으로 우는 놈,
날개로 우는 놈, 넓적다리로 우는 놈, 가슴으로 우는
놈 등 우는 것도 제각각 특색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어쩐지 올해는 가을이 너무 빨리 다가오는 느낌이다.
갑작스레 서늘해진 날씨탓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
덩달아 마음이 바빠진다. 몸이 마음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 가을은 아주 좋은 계절이긴 하지만 몸과 마음이
바빠지는 그런 계절이다.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반면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한 채비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처서(處暑)라고 하니 괜시리 더 바빠지는
느낌에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고 있는 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