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찬바람이 나는 것인가?
8월 17일, 음력 칠월 열이렛날
한껏 기승을 부리던 폭염과 열대야의 여름도 이제는
고개 떨구고 물러갈 채비를 하는 것이 분명하지 싶다.
다른 고장은 아직 여전히 더위와 열대야에 시달리는
듯한데 이곳 산골은 어느새 찬바람이 나는 느낌이다.
한여름에도 열대야가 없어 좋긴 하지만 반면에 아주
짧은 하절기라서 산골에 사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동물도, 곤충도, 식물도 모두 제각기 자연의 이치와
자연 환경에 적응을 하느라 무척 분주하게 움직인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곳이라고 했다.
이곳 산골은 사계절은 있으되 계절마다 길이의 차이,
시간적인 차이가 많이 난다. 굳이 크게 구분을 해보면
하절기(봄, 여름, 가을)가 반년에 불과한 반면 동절기
(겨울)가 반년이다. 그러다보니 봄은 늦고 여름, 가을,
겨울은 빠르게 다가온다. 또 겨울은 지겹도록 길다는
것이다. 봄인듯 하면 여름이고, 여름인듯 하면 곧바로
가을, 가을인듯 하면 이내 긴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다.
그래서 이런 계절의 변화에 대처하는 이 산골의 모든
생명체들은 바쁘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촌부만이 느끼는 생각은 아닐테지만...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하절기에 모든 활동을 마쳐야 하는
모든 식물의 살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네
사람들은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며 자기표현을 하지만 식물들과
동물들은 그런 내색도 없이 자연의 이치, 자연의 변화,
자연의 섭리에 묵묵히 잘 적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바쁘다고 엄살을 부리고, 힘들다고 짜증을 내는 것은
우리네 사람들 뿐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래서 곧
사람인 것이야!"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동식물들은
말없이 묵묵히 주어진 자연적인 조건에 맞춰 가는데
우리네 사람들, 특히 이 촌부는 계절의 변화에 너무나
민감한 반응을 하며 이러쿵저러쿵 주절거리고 있다.
촌부도 아주 평범한 사람이니까 그럴테지?
아침 공기가 꽤 서늘하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찬바람이 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피부로 느끼고, 마음으로 느끼고, 눈과 코와 입으로도
느끼는 것이 계절의 변화라고 생각을 하는 촌부, 온갖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을 횡설수설 풀어놓으며 오늘을
시작한다.
"촌부야! 말장난, 글장난 그만하고 밭에 나가 일이나
해라! 니가 그런다고 자연이 알아주기나 하겠느냐?"
그래! 그만하고 밭에 나가 농작물들 근황이나 살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