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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813_5.jpg : 촌부의 단상-반가움과 허전함, 짠함이 교차하던 날IMG_20190813_4.jpg : 촌부의 단상-반가움과 허전함, 짠함이 교차하던 날IMG_20190813_3.jpg : 촌부의 단상-반가움과 허전함, 짠함이 교차하던 날IMG_20190813_2.jpg : 촌부의 단상-반가움과 허전함, 짠함이 교차하던 날IMG_20190813_1.jpg : 촌부의 단상-반가움과 허전함, 짠함이 교차하던 날[촌부의 단상]
반가움과 허전함, 짠함이 교차하던 날

8월 13일, 음력 칠월 열사흗날
어제 아침나절에...
"할마시! 아우들 오모 뭐 챙겨줄기고?"
"영감탱이가 와 자꾸 할마시라꼬 해쌌노?"
"자네 친구들은 모두 할마시잖아! 그러니 당신도..."
"아들이 장가도 안들어 손자도 없는데 무슨 할마시?"
"그마, 치아라! 할마시 소리 들을 때도 됐다!"
"또 할마시라꼬 해봐라! 그 놈의 입을 꿔매삔다!"
"아고야! 무섭데이! 그라모 순악질 여사라고 할까?"

아내와 둘이서 말장난을 하다가...
"애들 오면 뭘 챙겨줄까? 영감탱이가 말해봐!"
"지는 영감탱이라 쿰시롱 내는 와 할마시라모 안돼나?"
"말장난 그만해라! 뭐 챙겨줄거냐고?"
"아따, 겁난데이!ㅎㅎ 뭘 챙겨볼까?"
"밭에 뭐 좀 딸게 있나?"
"딸거 많제! 오이, 노각, 풋고추, 양배추, 호박, 가지..."
"오이는 어제 따놨고, 노각, 가지, 양배추는 따면 되고,
호박은 있는가 보소! 오이지는 꺼내면 되고, 참 둘째네
냉장고에서 아욱 데쳐 얼려놓은 거 꺼내와야 된다."
"뭐 잊어버린거 있는가 단디 챙기봐라! 보내고 나서 또
아차 하지말고, 알았제?"

모처럼 만남이라 설레이는데...
인천, 경기도 광주, 경북 영주에 사는 아내 아우들이
모두 도착했다. 모처럼 장모님을 모시고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뜨거운 여름날이라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외식을 하기로 했다. 마땅히 갈만한 음식점이
마땅찮아 인근에 있는 꽤 이름난 산채요리 전문점에
가기로 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음식점은 북적북적
손님이 꽤나 많아 기다렸다. 그러다보니 늦은 점심이
되었으나 깔끔한 음식으로 맛있게 즐겁게 먹고 왔다.
다시 집으로 와서 아침나절에 아우들이 오면 다 함께
먹으려고 따놓은 수박을 쪼갰더니 한참 덜익어 먹을
수가 없었다. 올해 수박 농사는 실패다. 그래도 참외는
잘 익어서 다들 맛있다고 했다. 영주 막내네가 가지고
온 아오리 사과도 함께 맛있게 먹었다. 아내가 집에서
아우들에게 싸보낼 것을 챙기는 동안에 촌부는 밭에
나가 호박밭을 뒤져 애호박을 따고, 잘 익은 노각까지
땄다. 잠시후 깜빡 잊고 있었던 양배추를 아내와 함께
나가 따왔다. 아침나절에 주섬주섬 챙겼던 것을 다시
생각해보니 풋고추를 안땄다. 둘째네만 고추밭에서
풋고추를 조금 따갔다. 너무 짧은 만남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친정집 다녀가는 딸내미처럼, 뭐라도
손에 들려보내야 마음이 가벼운 친정부모처럼 그렇게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보냈다. 뭐 그리 특별함 없는
것일지라도 다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갔다. 맏이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뭐든지 하나라도 더 챙겨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잠시잠깐 아우들이 와서
떠들썩했던 단지가 또다시 텅 빈 느낌이다. 오는 것을
기다리는 마음은 설레임인데, 보내고 난 후엔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짠함까지 들었던 어제다.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아우들 보내고 허전한 마음을 일하는 걸로 달래볼까
싶어 일을 찾았다. 늦은 오후라서 마땅한 일을 찾기엔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냥 쉴까 하다가 순간 떠오르는
생각, 장맛비로 인해 중앙통로 배수로에 흘러들어가
가득찬 토사를 치워내기로 했다. 그다지 힘이 들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날씨가 은근히 무덥고 습하여
두어 시간 삽질을 했더니 땀으로 범벅이 되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아내가 얼음물과 찬물에 적신 수건을
갖다주었지만 잠시뿐이었다. 이제 한동안은 배수로를
치우지 않아도 된다. 산골살이 하려니 주변에 보이는
것은 온통 일뿐이다. 어차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인걸
어쩌겠는가?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동안에
허전하고 짠했던 마음이 좀 가라앉아 잘했구나 싶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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