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비웠으니 또 채워야겠지?
8월 11일, 음력 칠월 열하룻날, 말복(末伏)
언제부터 그랬는지 몰라도 오랜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세시풍속(歲時風俗)으로 정해놓은 삼복(三伏) 중에
마지막 더위라고 말하는 말복(末伏)이 바로 오늘이다.
가을 절기 입추(立秋)가 지난 뒤에 말복(末伏)이 드는
것이 어째 순서가 안맞는 것 같다. 여름속에 가을인가,
가을속에 여름인가? 촌부 생각에는 여름속에 가을이
맞는 것 같은데... 연일 땡볕이 내리쬐는 폭염이 너무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한여름이 아니겠는가? 먼산의
허리를 휘감고 있는 것은 구름이 내려앉은 것인가?
아님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일까? 해발이 높은 곳이라
구름일 듯도 하고 이른 아침이라 안개인 듯도 한데...
하여간 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염천(炎天)일 듯하다.
그나저나 오늘이 말복(末伏)이니 멍멍이와 꼬꼬닭은
얼마나 많이 세상을 하직하고 보양식이 되어 수많은
먹방 인간들의 배를 채우게 될까?
이른 아침부터 매미들이 울어 재낀다. 노랫소리일까?
울음소리일까? 아무래도 울음소리가 더 맞을 듯하다.
한많은 매미의 일생은 7년간의 땅 속 생활, 2주간의
바깥 생활로 짧은 일생을 마감하게 되니 자연의 이치,
우주의 온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의 뜻이 그러하다고
할지라도 얼마나 슬퍼겠는가? 그래서 슬피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곤충인 매미들이 슬피우는 것까지 챙길
여유로움이나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촌부는 아니지만
자연이라는 숲이 우거진 산골에서 살다보니 매미들의
울음소리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촌부이다.
이 또한 이 촌부가 나이듦이라 해야하는 것일까?
비웠으니 또 채워야겠지?
봄채소는 거의 다 사그라져서 모두 내고 밭을 비웠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에 밭에 나가면 늘 한가득이던
밭이 이제 군데군데 텅 빈자리가 보인다. 비워야 채워
진다는 자연스런 이치를 망각한다. 늘 채워져 있어야
한다는 욕심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인가 싶다.
채우려는 것은 평범한 삶의 일부라고 애써 고집한다.
어쩔 수 없는 산골살이의 방편이기에 다시 텅 빈 밭을
채우기로 한다. 조금 이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지난해
무우 농사를 망친 생각이 나서 지레 겁먹고 일찌감치
씨앗을 뿌렸다. 그리고 큰 밭 한 귀퉁이에 열무 씨앗도
조금 뿌렸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실패한 청갓 씨앗도
조금 뿌렸는데 올해는 괜찮으려는지 모르겠다. 좀 더
있다가 총각무 씨앗을 뿌리고 배추 모종을 심어야겠다.
그러면 올해의 가을 채소는 땅의 기운과 하늘의 뜻에
맡기고 열심히 정성을 다해 길러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