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촌부네 텃밭 스케치
8월 10일, 음력 칠월 열흘날
장마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거의 매일 한두 차례 거센
소낙비가 쏟아지는 산골이다. 찜통 더위, 폭염, 염천,
열대야에 시달리는 여느 고장 보다는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제 서울에 사는 친구와 모처럼
통화를 했는데 한낮은 엄청 더워서 힘들고 열대야로
밤잠을 설친다며 산골에 사는 촌부가 부럽다고 했다.
아무리 산골이라고 해도 한낮의 땡볕은 마찬가지다.
허나 해가 지고나면 서늘하여 열대야는 없으니 좋은
고장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한밤엔 창문을
닫고 홑이불까지 덮고 잘 정도이니 도시에 사는 여러
지인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이것도 복이라 해야지?
이제 텃밭에는 수확을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상추, 쑥갓을 비롯하여 이미 자리를 비운 것도 있으며,
양배추는 바로 수확을 하고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다.
완두콩 농사는 썩 잘 된 것은 아니지만 마무리를 했다.
빈 자리에 가을 채소인 무우와 총각무 씨앗을 뿌려야
겠고 배추 모종을 심어야겠다. 청갓도 조금 심어볼까
싶다. 이미 대파는 봄에 심어 잘 자라고 있다. 올해의
김장을 위한 채소는 모두 자급자족 할 수 있을 듯하다.
수박과 참외 농사는 그다지 썩 잘 지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다만 올해 처음 심어봤던 복수박은
실패다. 제대로 넝쿨이 뻗어가지 못했을 뿐더러 열린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수박도 올해는 제대로 된 것을
아직 못 먹었다. 지금 밭에 익고 있는 몇 통은 어떨지
모르겠다. 생긴 것을 봐서는 괜찮을 것 같은데, 글쎄?
과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열매채소 방울토마토는
지금껏 잘 열리고 잘 익어 그런대로 성공작이 되었다.
올해 심은 채소 중에 지금껏 수확을 많이 한 걸 굳이
뽑는다면 상추, 오이, 호박이다. 상추는 이미 끝났고
호박과 오이는 아직도 열리고 있으니 더 기쁨을 누릴
것 같다. 세 종류의 콩이 밭에서 잘 자라고 있다. 그 중
호랑이 무늬 줄콩은 이제 꽁깍지가 생겨 열리고 있다.
잎과 넝쿨이 무성한 그 사이를 헤집었더니 주렁주렁
많이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전 순지르기를 한
메주콩과 쥐눈이콩은 꽃 필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옆에 한 이랑씩 심은 아욱과 들깨는 엄청 튼실하게
자랐다. 아욱은 이미 몇 번에 걸쳐 잎을 따놓았다. 또
들깨도 열매보다 잎을 먹을 생각으로 심었기에 줄곧
꽤 많이 따서 먹는다. 쌈으로 먹으면 향이 너무 좋다.
올해 텃밭농사 야심작은 고추농사다. 풋고추도 따먹고
붉은 고추를 따다 태양초로 말리겠다는 아내의 아주
야심찬 포부인데 지금까지는 제대로 잘 진행이 되고
있다. 열리기도 많이 열렸고 크기도 꽤 크다. 튼실하게
잘 자란 것이다. 이제는 잘 익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고추를 보며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초봄부터 지금껏 고생하며 힘들게 잘 가꾸어
준 덕분에 이렇게 튼실한 고추로 잘 자라서 너무 좋다.
수고하셨수!"라며 흐믓한 미소를 짓는 아내를 보면서
촌부 또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텃밭농사의 보람을
느끼는 그런 뿌듯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