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작지만 크게 느껴지는 보람
8월 9일, 음력 칠월 초아흐렛날
"여보, 할마시! 밭에 가자!"
"영감탱이, 다 늦게 뭐하러 밭에 나가자고 그래?"
"오이도 따야 하고, 방울토마도 따고, 가지도..."
"엊그제 땄는데 그새 또 있습디까?"
"하모! 요새는 잘 열리고, 잘 크고, 잘 익잖아!"
"그럼, 나가보입시다!"
저녁무렵 아내와 나눈 대화이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열매 채소들이 아주 잘 열리고
잘 자라고 잘 익는다. 그다지 크지않은 밭이기는 해도
수확을 하는 양은 제법 많다. 우리가 먹는 것도 한계가
있어 이래저래 여기저기 퍼돌린다. 소위 말하는 '나눔'
인데 그러고 나면 마음이 너무나 흐믓할 뿐만 아니라
기분 또한 정말로 좋다. 사실 돈으로 환산하면 흔히들
말하는 껌값에 불과해 미미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따뜻한 정을 주고받는 것이라 우리는 이 계절을
나눔의 계절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게 오이를 많이 심어달라고 노래를 부르듯 했던
아내가 내년부터는 조금 줄여도 되겠다고 한다. 사실
올해는 예정했던 것보다는 조금 많이 심었다. 생각도
못했는데 이웃에 계시는 반장님께서 조선오이 모종을
듬뿍 주셔서 심었더니 하나도 손상없이 모두 잘 자라
풍성한 수확을 하게 된 것이다. 아우들을 비롯하여 꽤
많이 나눔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계속 열린다.
이제 머잖아 끝물에 가깝지만 아직도 오이 수확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각도
마찬가지다. 유인줄에 매달려 열려서 익고 있는 것이
서너개는 되고, 잎과 넝쿨이 아직 싱싱한 것으로 봐서
한동안은 계속 열릴 것 같다. 아내는 노각 무침만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정도로 노각을 좋아한다.
세 종류를 심은 호박은 고맙게도 꽤 많이 열려 그동안
많은 나눔을 하였다. 마디 호박은 이제 끝물인가 싶다.
하지만 애호박은 생기를 잃지않는 넝쿨과 잎을 봐서는
한참은 더 열릴 것 같다. 둥근 호박은 잎파리 사이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새 커다랗게 자라 머잖아 익을
것 같다. 다섯 그루를 심은 가지도 우리가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이 열렸다. 가지를 가지고 온갖 반찬을 만들어
먹는다. 옛날 어머님이 해주셨던 반찬은 밥이 끓을 때
그 위에 가지를 얹어 데쳐내 찢어서 무쳐 나물로 먹은
것이 전부였는데 아내는 인터넷에서 찾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가지로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방울토마토는 요즘 거의 매일 딴다.
그냥 먹기도 하지만 그렇게 먹는 것보다 100% 즙을
낸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 놓고 수시로 마시곤 한다.
이런 소소한 것에서 재미와 맛과 보람을 느끼는 것은
텃밭농사를 짓는 뿌듯함이라 여겨진다.
아내는 꽤 오래전부터 오이를 나름의 방법을 이용하여
해마다 저장식품을 만들고 있다. 올해도 꽤 많은 양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일반적인 오이지가 아닌데 어떤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맛과 식감이 참 좋고
긴 겨울을 거쳐 다음해 새로 오이가 나올 때까지 먹을
만큼 준비를 해놓는다. 또 있구나! 장마철이 지난 뒤라
요즘 따는 호박과 가지는 썰어서 햇볕에 말리고 있다.
이런 걸 오가리라고 하던가? 이렇게 말리면 영양소가
많아지고 쫄깃한 식감도 좋은 맛있는 저장식품이 된다.
채소를 구하기 힘든 겨울날 좋은 식재료가 될 것이다.
햇볕이 잘 드는 통유리로 된 카페 기다란 창가에 쭈욱
널어놓았다. 몇 개의 채반에 얹어 말리는 정경이 너무
정겹다. 아니 시골스럽고 산골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