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기쁨과 아쉬움의 교차
8월 1일, 음력 칠월 초하룻날
어느새 8월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력을 넘다.
"아따, 볼시로 팔월인가베?"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무슨 대발견이라고 한 것인냥 또 혼잣말로 중얼중얼...
"어? 어라, 양력과 음력 날짜가 사이좋게 함께 가네!"
비록 달은 틀려도 날짜가 똑같이 가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이번 달이 그런 경우인 것을 알고보니 재미있다.
요즘은 음력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않는 것
같은데 이 촌부는 구닥다리에다 옛 것에 관심이 많고
가족 생일이나 작고하신 어르신들의 기일을 음력으로
지내다보니 자연스레 그날그날의 음력을 기억하려고
일기에 양력과 음력 날짜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꽤나 여러날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멀쩡하다가도 느닷없이 확
장대비를 쏟아붓는가 하면 이슬비, 가랑비 등등 온갖
비의 종류를 총망라해 내린다. 어젯밤 자정무렵에도
갑작스레 후두둑거리는 소리에 내다보니 물을 퍼붓듯
억수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물을 쏟아붓는
듯한 비는 밤새 오락가락을 반복하여 밤잠을 설치게
했다. 비와 함께 7월을 보내는가 했더니 또 비와 함께
8월을 맞이한다. 장마가 끝났다고 하는 기상청 예보는
말짱 거짓말이었구나 싶다.
텃밭농사 이야기 몇 토막
요즘 산골 부부의 관심은 텃밭농사의 비중이 꽤 크다.
장마철이긴 하지만 잦은 비가 내려 땅이 마를 겨를이
없다. 그러다보니 너무나 습하다. 제 아무리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채소들이라고 해도 너무 과하면 잎파리와
줄기가 그만 진무르고 주저앉고 만다. 그 중에 상추가
가장 심하다. 하긴 봄상추가 장마철을 넘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잘 견뎌내면서 산골 부부에게
나눔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쁨과 보람을 주더니
이제는 어쩔 수없이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해야했다. 그래도 끝까지 나눔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꽤 여러날 동안 이어진
잦은 비에 작은 밭의 상추는 쫑대가 오르고 진물러져
모두 뽑아 퇴비장으로 보냈다. 그래도 윗부분 말짱한
잎은 꺾다시피 하며 꽤 많이 건졌다. 그렇게 연한 잎을
모았더니 바나나 박스로 세 박스가 되었다. 우리 먹을
것은 신문지에 싸서 냉장 보관하느라 조금만 남기고
모두 나눔을 하였다. 모두들 이 장마철에 노지 상추가
웬 말이냐며 고맙다고 하는 인사에 은근히 뿌듯함은
물론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하였지만 이제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여보시게! 나 콩밭에 순지르기 하러 가네. 그리 알게!"
"알았슈! 나는 안 나갈라요. 조심해서 일하시구랴!"
고추끈이 든 배낭을 매고, 큰 전지가위를 들고 밭으로
나갔다. 올해는 콩을 많이 심지않았다. 그래도 해마다
심어오던 것이라 심지않으려니 좀 서운한 것 같았다.
그래서 메주콩 두 이랑과 쥐눈이콩 두 이랑을 심었다.
두 이랑이라고 해야 고추를 심고 들깨와 아욱을 심고
남은 밭이라서 그다지 넓은 것은 아니다. 기왕에 짓는
콩농사이니 농부님들이 하는 것은 모두 다 따라 하는
촌부이다. 콩은 아직 꽃이 피지않는다. 그러나 꽤 많이
자라 머잖아 꽃이 피게 될 것이다. 이맘때 순지르기를
해주면 수확량을 늘릴 수 있으며, 웃자람을 방지하고,
쓰러짐을 줄일 수가 있다. 지난해에는 날씨 덕분(?)에
콩농사를 망쳐 한 알도 못 건졌는데 올해는 괜찮겠지?
한창 콩밭에서 순지르기를 하고 있는데 안 나오겠다던
아내가 나왔다. 뭐가 궁금해 나왔는지 아내가 다가와
"잘 되시나? 영감탱이 혼자 심심할까봐 나왔지!ㅎㅎ"
라고 한바탕 웃기다가 완두콩을 심어놓은 밭 모퉁이로
가더니, "어머, 완두콩이 다 여물었네. 따야겠어!ㅎㅎ"
라면서 좋아 어쩔줄 몰라했다. 완두콩은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심었는데 올해는 제법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완두콩은 아내가 어릴적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간직한 콩이라고 하여 심었다. 지금은 수원이 된 화성
의 시골마을에서 외지로 나간 부모님 대신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던 당시에 약주를 못하시는 할아버지께서
주전부리로 밭에서 갓 딴 풋콩인 완두콩을 삶아 넣고
밥을 찌어 떡을 만들어 주셨는데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꼭 완두콩을 길러 할아버지께서 해
주셨던 그 떡을 만들어 먹고 싶다고 하여 심은 것이다.
수확의 기쁨은 물론이거니와 아내에게 아주 오래전
어릴적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소환하게 해줄 수 있는
완두콩을 심은 것은 참 잘한 것이구나 싶다. 좋아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촌부도 흐믓하고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