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아니, 한여름날에 무슨 난롯불을...
7월 30일, 음력 유월 스무여드렛날
어영부영 7월도 막바지, 내일이면 7월도 다 지나간다.
이제 지루한 장마는 끝났지만 또다른 복병 폭염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한여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얼마나 더울까? 지난해의 여름처럼 기록적이라느니,
최악이라느니, 최고를 갱신했다느니, 온갖 수식어가
총동원되는 그러한 더위는 없었으면 좋겠지만 촌부의
바람일 뿐이겠지? 여름은 더워야 하고 겨울은 추워야
하는 것이 바로 계절다운 모습일텐데 우리네 사람들은
그저 자기 편할 대로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고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촌부도 어쩔 수 없이 평범한 사람이라
마찬가지다. 마음을 굳게 다져 먹고 체력을 보충하여
무더위를 견디는 수밖에...
어제 아침, 텃밭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어디선가
매캐한 냄새가 나서 뒤를 돌아보니 우리집 지붕위의
난로 연통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라 하늘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사방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 사람이 한여름에 무슨 난롯불을 지폈을까?"
라고 생각하며 들어왔더니 아내가 웃으며 하는 말이
"장마에 굽굽하고 눅눅해진 집안을 말리는 것은 바로
이 난로가 최고라니까! 뽀송뽀송한 느낌이 들지않어?"
맞다! 보일러를 때는 것보다 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펴 잠시만 때면 온기가 집안 곳곳으로 퍼져 장마철
동안에 굽굽하고 눅눅해진 실내를 뽀송뽀송하게 말릴
수가 있다. 한여름날에 난롯불을 지피는 집은 아마도
촌부네 뿐이 아닐까 싶은데...
장맛비에 개울물도, 시냇물도 꽤 많이 불었다. 집옆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너무나 정겹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역시 산골살이는 졸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있어야 하고 그 소리를 듣고 살아야만 제격이라면서
혼자 흐믓해한다. 누가 보면 마치 실성한 사람이 물을
보고 좋아서 웃고 있는 그런 모습이라 "미친놈이네!"
라고 할테지? 그러면 어쩌냐? 좋으면 혼자라도 웃는
것이지!ㅎㅎ 아랫쪽 시냇물도 무척이나 많이 불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촌부의 기분은
형용할 수 없는 느낌에 젖었다. 시냇물 위로 긴 교각이
서있고 철길이 놓여있다.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 세워진 것인데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지금까지
매일 수차례 이 시냇물 위로 지나다니는 KTX 기차를
한번도 타보지 못한 촌부이다. 문득 기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가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꽤나
여행을 좋아하고 등산을 즐겨하여 기차를 많이 타곤
했었는데 이곳 산골살이를 하면서 한번도 못해봤다.
도시생활을 접고 산골살이를 하면 시간적 여유로움을
비롯하여 많은 여유를 즐길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저 마음뿐이니 원...
오는 가을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몇 년 전에 중단이 된
해안선 여행을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어제 아침, 아내가 딱 10장만 따오라고 했던 들깻잎은
어떻게 되었을까? 저녁 밥상에서 무얼했는지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깻잎을 살짝 데쳐서 밥에 쌈장을 조금
넣고 말아서 들깻잎 쌈밥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게
무슨 비밀이라고 쉬쉬했냐고 했더니 혹시나 실패할까
싶어 그랬는데 해놓고 맛을 보니 괜찮더라며 웃었다.
딱히 다른 식재료도 필요없고 만드는 것도 간단하여
밭에서 들깻잎을 딸 수 있는 동안은 자주 해서 먹어도
좋겠다며 어쩌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연한 들깻잎만을
고집하는 아내가 큰 들깻잎을 따오라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들깻잎 향긋함이 입안에 가득 퍼지고, 쌈장의
짭조롬함이 함께 어우러져 맛이 너무 좋고, 또 아내의
정성까지 더했으니 이런 맛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두부.미역부침, 집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감자 삶아
으깸을 같이 곁들여 소박하지만 푸짐한 산골 밥상으로
아내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다. 반주는 소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