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밭설거지를 좀 해볼까?
7월 28일, 음력 유월 스무엿새날
이제는 제대로 장마철같은 날씨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예전과는 달리 갑작스레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거센
폭우가 쏟아지곤 한다. 그런데 폭우가 그렇게 쏟아져도
시원하기는 커녕 후덥지근 무덥기만 하다. 칙칙하다고
할까, 눅눅하다고 할까? 영 기분 나쁜 날씨가 이어진다.
마치 일본 쪽바리놈 아베가 지랄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마음이 칙칙함으로 느껴지는 그런 느낌처럼 여겨진다.
하루빨리 쪽바리 아베가 머리 조아리는 날이 와야하고,
이놈의 지루한 장마도 지나가야 할텐데... 그래도 이곳
강원도 평창 봉평 산골은 여느 고장에 비해 복을 받은
고장이다. 한낮에는 후덥지근 무덥기는 하지만 날이
저물어 저녁이 찾아들면 아침나절까지 그런대로 더위
걱정은 않으니까 말이다. 당연 열대야는 모른다.
장맛비가 오락가락을 하고 햇볕을 보는 날이 적다보니
농작물들도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어느 작물은 적당한
성장이 아닌 너무 웃자람이 문제가 되고, 상추와 같은
잎채소들은 잦은 비에 잎이 저절로 녹아 버리고 있다.
쑥갓은 키가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모른다. 비바람에
자빠진채로 이제는 예쁜 꽃을 피워 보기에는 좋지만
씨앗을 받을 생각이 없으니 뽑아제껴야 할 것 같은데...
예쁜 꽃이 피어서 좀 그렇기는 하다. 그래도 뽑아야지?
브로콜리는 수확을 마치고 곁잎 사이에 피는 것을 더
딸 것 같아 욕심을 부렸는데 수확을 한 자리가 진물러
날파리들이 들끓어 이제는 미련없이 뽑아 버려야겠다.
작은 밭의 상추 두 종류 중에 꽃상추는 오래전 쫑대가
올라와 머잖아 꽃이 필 것 같더니 비바람에 쓰러지고
자빠져 볼상 사납다. 이 녀석 또한 뽑아제껴야 되겠다.
상추 중에 가장 효자 노릇을 한 청상추도 이제 서서히
생을 다해가는 것 같다. 정말 오랫동안 주인 촌부에게
나눔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참으로 고마운 작물이다.
노지에서 기르는 상추는 장마철이 되면 거의 수확이
끝나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집 상추는 잎을 밑둥에서
차례차례 정리하듯이 뜯었더니 다른 집보다 오래간다.
상추 세 종류를 심어 참으로 많은 나눔을 하였고 또한
기쁨을 주고 뿌듯함을 느끼게 했던 작물이라서 이제
뽑아내려니 아쉽다. 하지만 또 내년이 있으니까...
어제 저녁무렵 오락가락 하던 비가 잠시 주춤한 사이
아내와 함께 밭에 나가 모두 뽑고 정리를 했다. 밭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뽑고보니 손수레로 한가득이다.
밭설거지를 해놓은 빈자리는 가을 채소를 심어려고
한다. 8월 중순쯤 배추, 무우, 총각무우를 심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간만에 텅 빈 밭을 보게 되니 마음이
좀 이상하다. 고마움과 더불어 허전함이 교차한다.
일을 마치고 나서 오이, 노각, 가지, 방울토마토를 땄다.
풍성한 수확이라며 아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래, 텃밭농사 보람이 바로 이런 것이야!"라며 함께
웃었다. 간만에 저녁노을 바라보며 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