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우중(雨中) 고추끈 묶은 날 조카 딸내미가...
7월 27일, 음력 유월 스무닷새날
어제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서둘러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왔다. 아뿔사, 이 복장은 아니다.
비가 그친듯했으나 나와보니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우의를 입는 것이 제대로 된 복장일 것 같아 들어가서
갈아입고 나왔다. 부드러운 비닐로 된 우의는 공기가
차단되어 꽤 덥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후끈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비에 젖는 것보다는 더
나을테니까. 발목까지 오는 긴 우의는 거추장스럽고
일하기가 불편하여 짧은 우의를 입었다. 바지는 젖을
수 밖에 없다. 일하면서 바지가 젖는 것은 예사이다.
무엇을 하려고 이른 아침부터 설치고 있는 촌부일까?
전날 촌부처럼 텃밭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을 하시는
분께서 SNS에 올린 글과 사진 때문에 고추끈을 묶어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 분이 올린 글을 봤더니
고추끈으로 묶어주기는 했지만 그 위로 꽤 자랐는데
비바람에 그만 고추 모가지가 뎅강뎅강 잘라놓은 듯
영 못쓰게 되었다고 했다. 부랴부랴 고추밭으로 갔다.
이곳도 간간히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기에 걱정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다만 군데군데 가지가 잘린 모습이
보였지만 피해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이었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 고추도 벌써 세 줄묶기를
했는데 이제는 작은 고추지지대의 키를 넘어서 훌쩍
자랐다. 중간중간 큰 고추지지대를 세우기는 했지만
그동안 네 줄묶기로 끝냈는데 올해는 한번 더 묶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이 묶는 것은 아닐까 싶지만 혹시
꺾어지거나 자빠진다면 오히려 묶어주는 수고로움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 얼마든지 묶어주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다섯번 이상 묶는 일은 없을테지?
정말 오랜만에 조카 딸내미가 산골집에 다니러 왔다.
이 산골집은 녀석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졸업을
할 때까지 자란 곳이라서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곳이다. 2년전 대학 졸업후 임용고시를 합격해
어느새 교사 2년次의 선생님이 되었으니 대견하다.
녀석이 외할머니와 큰 이모, 큰 이모부 그리고 지 엄마
아빠를 위해 저녁을 사겠다고 하여 외식을 하고 왔다.
온식구가 맛있게 즐겁게 잘 먹고 들어왔다. 벌써 조카
딸내미에게 밥을 얻어 먹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기도
하여 감회가 새롭기도 하면서 뿌듯함까지 느껴졌다.
장모님이야 말할 것도 없으시겠지만 아내와 촌부는
이제 우리도 나이가 들기는 들었구나 싶었다. 어엿한
숙녀가 된 녀석인데 우리들 눈에는 아직도 어리게만
보이지만 정말 예쁘게 잘 자라주어 고맙고 대견하다.
올해 첫 수박을 따서 잘랐다. 조카 딸내미가 오면 맛을
보인다며 기다렸던 것이다. 그렇게 잘 익기를 바라고
또 바랬는데 막상 쪼개고 보니 아직도 덜 익었다. 이런
이런... 조카 딸내미에게 잘 익은 맛있는 수박을 먹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녀석은 그래도 수박향이 나고
맛이 괜찮다며 맛있게 먹어주어 고맙긴 하였다. 아직
밭에는 꽤 많은 수박이 열려 잘 자라고 있고, 그 옆엔
참외도 꽤나 많이 열려 서서히 익기 시작을 한다. 덜
익은 수박을 조카 딸내미에게 먹인 것이 너무 아쉬워
수박이나 참외를 먹을 때마다 녀석이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