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으아리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에...
7월 23일, 음력 유월 스무하룻날
산골집에 두 그루의 낙엽성 덩굴나무 으아리가 있다.
한 그루는 앞뜨락 현관 창문앞에 자라고, 또 한 그루는
지난해부터 저절로 자라난 것인데 축대밑 옆뜨락에서
자라고 있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느 해
봄날 뒷산에서 으아리 덩굴을 발견하고 그 밑에 자란
자그맣고 갓 나온 것을 한 뿌리 캐다 앞뜨락 창문앞에
심었다. 그랬는데 그 해는 그다지 덩굴이 많이 자라지
않더니 이듬해부터는 엄청 잘 자라 한 그루에서 나온
덩굴의 줄기, 가지 그리고 잎이 풍성하게 자라 덤불을
이룬다. 그 덤불 끝부분에서 하얀 꽃이 피면 꽃 또한
너무나 풍성하게 보인다. 야생에서는 아무렇게나 자라
덩굴손을 뻗어 다른 나무와 풀을 감으며 자란다. 그런
습성을 알기에 촌부는 길다란 지지대를 세워서 끈을
이리저리 묶어주어 덩굴이 감고 올라갈 수 있게 했다.
파고라를 연상하여 만든 것인데 엉성하기 짝이 없다.
약식으로 만들어 허술하기는 하지만 고맙게도 잘 타고
올라가 그런대로 볼만하다.
앞뜨락 현관 창문앞에 있는 녀석은 아직인데 축대밑
옆뜨락에 자라는 녀석이 먼저 꽃을 피웠다. 이 녀석은
아무래도 앞뜨락 으아리 씨앗이 날아가 자라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부러 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내년에는 제대로 된 파고라를 만들어
이 녀석들을 한 곳으로 모아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넝쿨 장미, 등나무, 오미자 같은 덩굴식물로 파고라에
올리듯... 그건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하자.
덩굴의 아랫쪽은 초록의 잎파리, 윗쪽 끝부분은 하얀
꽃이 피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참 보기좋은 으아리는
축축하고 칙칙한 이 장마철에 깔끔하고 예쁜 꽃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것 같다.
혹시 그래서 꽃말이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이라고
하고, 또 "마음이 아름답다"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관찰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으아리는 참으로
재미있는 식물이다. 낙엽성 덩굴나무라고 불리지만
늦가을이면 무성하던 잎이 지고 덤불과 같은 덩굴은
물기가 빠져서 말라버린다. 그리고 그 이듬해 또다시
새싹이 돋고 덩굴이 다시 뻗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느 야생화가 다 제각기 특색이 있듯이 으아리꽂은
덩굴 축의 끝에서 꽃이 피어 달린다. 그리고 그 밑의
겨드랑이에서 굵기가 같은 두 개의 가지가 나오면서
그 끝에 또 꽃이 피어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꽃차례(花序, 꽃대에 달린 꽃의 배열, 또는 꽃이 피는
모양)를 집산화서(集散花序)라고 한다. 꽃을 배우고
익히느라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재미있는 것이
참 많다. 알면 알수록 궁금증이 더 많아진다고 할까?
이맘때 여름날에 하얀 꽃이 피는 으아리꽃은 무더운
계절, 장마철에 청량감을 주는 자연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1층 아들방과 2층 침실에서 창문을 열어젖히면
장맛비에 불어난 시냇물 졸졸졸 흐르는 소리와 함께
자그맣고 하얗게 핀 으아리꽃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요즘이다. 그나저나 어미일지도 모르는 현관 창문앞
으아리는 언제쯤 꽃이 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