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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722_5.jpg : 촌부의 단상-雨中 텃밭 스케치IMG_20190722_4.jpg : 촌부의 단상-雨中 텃밭 스케치IMG_20190722_3.jpg : 촌부의 단상-雨中 텃밭 스케치IMG_20190722_2.jpg : 촌부의 단상-雨中 텃밭 스케치IMG_20190722_1.jpg : 촌부의 단상-雨中 텃밭 스케치[촌부의 단상]
우중(雨中) 텃밭 스케치

7월 22일, 음력 유월 스무날, 中伏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마른 장마라고 궁시렁거렸더니 하늘이 노했는지 그만
게릴라성 폭우를 시작으로 태풍에다 거센 비바람까지
한꺼번에 몰아 보냈다. 그나마 이 산골은 태풍 피해가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다만 소멸된 태풍은
뒷끝이 조금 있었는지 제법 많은 비를 뿌렸고 꽤 거센
바람도 조금 불었다. 모두 하늘의 뜻인지라 그러려니
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네 사람들 아니겠는가?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텃밭에 나갔다. 비바람이 꽤
몰아쳐 어떤가 궁금했다. 나가보니 올해 처음 심어본
대파가 이리저리 자빠져 있고, 오이 지지대가 빗물이
스며 지반이 약해졌는지 한쪽으로 약간 기우러졌다. 
부쩍 키가 자라 꽃이 피는 쑥갓을 뽑아버릴까 하다가
잎이라도 좀 더 따 먹을까 하고 지지대를 세워 끈으로
묶어두었는데 그새 더 자랐는지 빗물의 무게를 못이겨
땅바닥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아무래도 이제
적상추는 끝물인가 보다. 키가 쑥 자란 걸 보니 쫑대가
오르기 시작한 것 같다. 상추는 쫑대가 오르면 쓴맛이
강해 먹기가 좀 거북하다. 듣기에 그 쓴맛이 건강에는
좋다고 하지만 굳이 거북한 느낌을 받으며 먹긴 싫다.

우리 텃밭에서 유일하게 꽃을 먹는 꽃채소 브로콜리는
이제 그 임무를 모두 마친 것 같다. 가운데 적당히 핀
큰 꽃을 지난번 아내와 함께 모두 수확했고 살짝 데쳐
냉장보관을 해두었다. 곁가지에 피는 작은 꽃을 조금
더 따볼까 싶어 그대로 두었는데 영 시원찮다. 크기에
비해 수확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영양이 좋아서
세계 10대 슈퍼푸드라고 하여 해마다 조금 심었는데
땅이 좀 마르면 모두 뽑아서 퇴비장으로 보내야겠다.
세 번째 고추끈을 묶은 것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비가
자주 내려서 그런지 고추는 키가 부쩍 자랐다. 빗물의
무게를 못이겨서 모두 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한창
고추가 주렁주렁 열리고 있는데 빗물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니 무거울 수밖에... 저러다가 꺾이면 안될테니까
날이 좋으면 곧바로 네 번째 고추끈 묶기를 해야겠다.

큰밭의 맨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콩밭으로 가보았다.
태풍이 오기 전날에 엉뚱한 짓(지지대와 끈묶기)을 한
것은 참 잘한 짓(?)이었다. 그냥 두었더라며 비바람에
쓰러지고 자빠졌을텐데... 녀석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빗물에 젖어 무거워 그럴
테지만... 날이 좋으면 머리깎듯 순지르기를 해야겠다.
나오는 길에 가장자리에 있는 참외, 수박을 살펴봤다.
엊그제만 해도 자그맣더니 그새 촌부 주먹데기 만한
참외가 꽤나 많이 보인다. 또한 크기도 다양하여 따는
순서를 정해놓고 열린 듯한 수박도 꽤 여러 통이 눈에
보인다. 가장 먼저 열린 녀석은 엄청 크다. 따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카 딸내미가 산골집 다니러
오는 것을 며칠 미뤘다고 하니 그때쯤 첫 수박을 따서
먹일 수가 있을 것 같다. 녀석은 수박이 덜 익은 것을
어찌 알고 집에 오는 날을 뒤로 미뤘을까? 다음주에
보고싶었던 예쁜 조카 딸내미가 올때쯤이면 노랗게
참외도 잘 익을테고, 속이 빨갛게 달콤한 물로 가득찬
수박도 제대로 익게 될테니 산골집에 오는 날을 미룬
것이 오히려 잘 된 것이 아닐까 싶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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